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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전적으로 나하선 님의 한의학론에 대한 반론입니다. 한의학계 전체가 아닌 다만 나하선님의 한의학론에만 반론을 제기하는 것임을 분명히 합니다. 물론 한의학계에 대한 의문도 있지만 글의 논지에 오해가 없기 위해서 저의 의문이 나하선님의 글에 대해서인지 한의학계에 대한 의문인지 착오가 없기를 바랍니다.
1. 나하선 님은 과학이 무엇인지 오해하고 있는 듯 합니다. 과학이란 몇 번이나 말했지만 다시 말하면 증명을 말합니다.과학의 반대는 무엇일까요? 증명 없이 믿는 것, 바로 도그마입니다.증명해야 믿는 것과 증명 없이 믿는 것, 이것이 과학과 도그마의 차이입니다. 한의학이 과학이 아니라는 말은 바로 한의학은 도그마라는 말이 됩니다.
2.과학은 도그마를 증명 없이 믿어야 하는 교리라고 할 때, 즉 도그마가 자연 법칙이 아닌, 다시 말하면 물질과 물질사이의 관계가 아닌 것들, 예를 들면 영혼이나 신의 존재를 규정하는 문제는 과학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3. 다시 기초부터 돌아와서, 한의학의 대상 문제를 검토하겠습니다. 의학이든 한의학이든 질병을 대상으로 합니다.인간의 질병은 생물학적 문제입니다.한의학이 만약 도그마라면 질병이 자연과학의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 됩니다. 질병이 자연 법칙에 따르지 않는 문제라는 뜻이 됩니다. 중세에는 질병이 신의 형벌이라는 사고 방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주장을 도그마라고 합니다. 한의학의 과학성 문제를 검토하는 것은 먼저 이러한 과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기초로 해야 올바른 토론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4. 나아가서 한의학의 과학성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는 실제적으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몸, 질병을 다루는 이상 잘못된 치료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증명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효과가 있다는 증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입장입니다.한의학에서는 어떻게 효과를 증명하는지 알고 싶다는 것이 저의 문제제기입니다.
5. 과학은 한의학에 대해서만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은 모든 자연법칙에 대한 주장을 비판합니다. 비판은 오직 증거, 증명에 근거합니다. 그 이름이 한의학이든, 신과학이든, 의학이든, 과학이든 어떤 이름을 사용하든지 과학이 요구하는 것은 단 한가지, 증명입니다. 자연과학에서 증명하지도 않고 믿으라는 것은 참으로 우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6. 자연과학의 대상인 질병을 두고 도그마에 기초하여 치료를 하고는 사람이 죽든 살든 무조건 그 치료가 올바르다고 증명이 필요 없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끔찍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7. 의사들의 진단, 치료법이 모두 과학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진실이 아닙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의사들도 오진을 하고 잘못된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능력에 따라, 혹은 개인적인 문제로 수많은 오진이 생길 수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의사도 어떤 의사는 신과학적인 진단, 치료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의학과 과학은 오진이라면 오진임을 밝힐 수 있습니다. 오진을 오진으로 밝히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물론 모든 오진을 다 오진으로 밝힐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진은 개인적인 문제이지, 의학과 과학의 결함이 아닙니다. 님의 논리는 전자공학 학부생과 전자공학 박사를 비교하여 학부생이 전자공학에 대해 박사만큼 알지 못한다고 전자공학이 문제가 있다는 논리와 같습니다.
8. 동양철학에 한의학이 근거하고 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고 있는 한의학이 철학에 근거하고 있다는 이유로 과학적 검증을 거부한다면, 어떤 잘못된 치료도 다 합리화 될 수 있습니다. 니체의 철학에 근거하여, 플라톤의 철학에 근거하여 치료해도 된다는 뜻이 됩니다. 혹은 질병은 신의 형벌이므로 치료해서는 안 된다는 종교적 견해까지 모두 합리화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합리적인 태도일까요? 더구나 일부 한의학을 하는 분들은 주역을 알아야 한의학을 이해할 수 있다고 까지 하였습니다.주역은 고형이 고증한 바에 따르면 은나라 시대 점을 친 결과의 모음집입니다. (예문서원 출판, 고형의 '주역' 1995년 1판, 김상섭 옮김 참조) 더구나 갑골문을 보면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이 점을 친 결과의 모음집입니다.
예를 들어 갑골문에는 이러한 질병에 대한 문장이 많이 나옵니다. 한 예만 들겠습니다. "왕비가 출산을 하는데 순산을 하겠습니까?" "왕이 점괘를 보고 해석하기를 장차 경일에 출산을 하는데 순산을 할 것이다." (바다 출판사 출판, '갑골문 이야기', 김경일 지음, 1999년 초판 225 쪽 이하 참조) 이러한 점술에 기초한 이론 체계를 믿으라는 말은 과학을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의학에는 미국의 의학자가 말했듯이 '검증 된 의학과 검증되지 않은 의학' 밖에 없습니다. 나하선님의 논지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검증되지 않는 의학은 검증을 통하여 인정되든지 부정되든지 둘 중에 하나가 될 것입니다. 점술에 기초한 의학을 자연과학에 그대로 적용하여 검증없이 믿으라고 한다면 저는 당연히 거부할 수 밖에 없습니다.
9. 음양오행론, 기, 주역이 다만 한의학을 하는 분들의 세계관 문제라면 또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즉 의사도 신을 믿고, 종교를 믿어도 환자의 치료는 검증된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음양오행, 기, 주역을 믿든 안 믿든 실제 치료에 있어서는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문제는 신을 믿든, 안 믿든, 음양오행을 믿든 안 믿든, 검증된 치료를 하는가,아니면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나하선 님은 자연과학의 대상이 되는 문제와 대상이 되지 않는 문제를 혼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10. 몇 번이나 물었지만 대답이 없던 질문을 다시 해보겠습니다.
1) 한의학은 자연에 법칙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가?
2) 인간에게는 합리적 추론의 능력이 있음을 인정하는가?
3) 한의학에서는 어떻게 치료가 효과가 있음을 증명하는가?
이것이 나의 의문입니다. 여기에 대한 한의학계의 답변을 기대하겠습니다.마지막으로 공존은 공존 가능한 것만이 공존이 가능합니다. 과학의 명제에서는 참과 거짓이 가려져야 합니다.벌과 나비는 공존이 가능하지만, 천동설과 지동설은 공존이 불가능합니다. 과학은 과학적 진실의 규명에서는 거짓과의 공존은 거부 합니다. 중도와 중용은 인격과 성격에서는 아름다울 수 있지만 과학에서는 거짓과의 공존이나 진실과 거짓 사이의 어중간한 중도와 중요은 사기일 뿐입니다.
(2002년11월 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