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공학도인 나하선님이 한의학에 대해 입장을 개진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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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과학성 논쟁의 부적절함
한의학의 과학성 논쟁의 부적절함에 대하여 논하겠습니다.필자는 전자공학 박사과정 학생이고 침술의 과학적 입증에 관심이 많아서 생체전자기학을 부전공으로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생체전자기학계(bioelectromagnetics)에서 지금까지 침술에 대한, 혹은 경락설 등의 그 이론 등에 대한 과학적 설명은 전혀 없음을 밝혀 둡니다.
한의학을 과학적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한의학이 과학이 아니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체계와 방대함이 어떤 서구 학문 못지 않은 점도 사실입니다. 한 병증을 한의학적 소견으로 진단하고 처방하는 과정이 증명할 수는 없지만, 논리적이고 정교한 학문체계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과학과 매우 유사해 보입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해서 한의학은 의사 과학(pseudo-science)이지 과학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한의학의 과학과의 유사성으로 인하여 종종 한의사의 소견이 과학적으로 들릴 수도 있고, 서양의학의 관점에서는 한의학적 소견이 터무니 없는 비과학적인 것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한의학의 치료법들을 구체적으로 과학의 입장에서 분석한다면 단지 그 논리적인 측면에서도 얼마든지 비난 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의 뿌리가 전혀 비과학적인 것에서 나왔는데, 그 방법과 논리가 과학과 매우 닮아 있으므로 인하여 과학처럼 오인 받고 과학으로부터 비난 받는 것은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과학을 공부하는 한 사람의 시각으로서 과학자는 과학 안에서 이야기 해야지 과학 아닌 것을 과학의 논리로 비난 하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서양의학의 관점에서 한의학의 학문적 논리를 비과학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과학의 범주를 벗어난 논리입니다.
과학이 종교를 이야기 하지 않는 것처럼, 서양의학도 한의학의 학문적 배경과 논지를 비난하는 것 또한 어울리지 않는 일입니다. 이 점은 한의학 하시는 분들이 특히 주지하고 있어야 될 대목입니다.
한의학은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자연 서구적이고 과학논리적인 시각이 주된 가치관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서구적 사고 방식에 익숙한 한 소양인으로서 좋은 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한 한의학도들 스스로가 동양학이고 비과학인 한의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기 모순적 괴리감을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 물어봅니다. 그래서 한의학적 소견을 가끔 과학인 것처럼 들리게 묘사하여 서양의학하는 분들과 소모적인 논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 보기를 충고합니다.
어떤 질병에 대한 치료법은 얼마든지 한의학과 서양의학 상호 보완 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중간 정도 크기 이상의 병원에서 한의사 또는 침술사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침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효과를 인정하고 시술을 허용한 의술입니다. 하니리포터 김지현 기자가 미국립연구소가 침술의 과학적 입증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음을 기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
▶미국 성인 40% 침 맞는다 2001,1,5)
현재로서 한의학과 서양의학이 비교 되어질 수 있는 것은 임상통계학적 치료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각각의 치료법 자체의 이론적 검증이 아니라 치료후의 결과에 대한 비교에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비교를 위해서서는 앞 기사들의 예에서처럼 당뇨를 소갈병이라고 할 수 있는지 혹은, 소갈병을 당뇨라고 할 수 있는지 어떤 질병의 이름과 정의가 공유할 수 있는 적용 범위를 찾는 일이 우선 순위라 하겠습니다.
두번째 지적하고 싶은 점은 의학은 과학인데, 서양의사들의 진단과 시술 또한 모두 과학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치료법들이 과학으로 입증될 수 있는 것 만은 아닙니다.
경영의 아트(art) 혹은, 노우하우(know-how)라는 부분과 비교 해보면, 예를 들어 정규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다 똑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개인의 소양과 경험에 따라서 똑 같은 경영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그 실적은 크게 다를 수도 있습니다. 경영학에서 지식과 아트의 분야를 종종 나누어 생각하는 것처럼 서양의학도 다분히 그런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의술은 꼭 과학적이고 논리적이고 더 많은 의학 지식을 가진 의사로부터 나온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두번째, 의학의 바탕인 생물학, 특히 미생물학에서는 이론적 검증보다는 실험적 증명에 의하여 과학으로 받아들여진 부분이 많습니다. 그것을 과학에서는 사실(fact)이라고 부릅니다. 과학에서는 증명할 수 없으나 반복적으로 동일한 실험결과를 산출할 수 있는 것들을 사실(fact)들로 채택하여 받아들이고 그 사실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론들이 나올 수 도 있습니다. 의학적 치료법들에 있어서도 이론적으로 검증된 부분 만큼 다분히 '사실'들에 기인한 부분이 많습니다.
한의학의 다양한 치료법들 또한 '사실'들이 많습니다. 물론, 그 치료법들을 설명하는 이론들은 선지자 혹은 깨달은 사람들의 직관에 기인한 체계인 주역,음양오행,오운육기 등등의 동양철학에 바탕하기 때문에 과학이 아니고 과학으로 논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몇 천년간 이어져온 비논리적 비과학적 치료법들이 '사실'임은 침술의 경우처럼 서구사회에서 종종 더 먼저 받아 들여지고 과학적 입증 시도되기도 합니다. 한의학의 비과학성에 대한 그 학문적 존폐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비난과 소모적 논쟁보다는 그 존재를 인정하고 임상효과가 있는 한의학적 치료법들을 '사실'들로서 과학에 수용하기 위한 노력과 두 의학의 접합점을 서구 사회보다 우리가 먼저 찾을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랍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