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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워치> 130호 (PDF 전문)
  [의학] '기(氣)'에 대한 과학적 의학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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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er : mahlerian     Date : 07-09-28 01:38     Hit : 8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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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님의 한의학 비판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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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한의학, 혹은 한방-양방 논쟁이 하니리포터 지면과 의견 쓰기 게시판을 통해 진행되면서 "기"(氣)의 실체에 대해 저의 의견을 물어 오시거나 의견을 주신 분이 몇 분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는 여기에 대해 저의 의견을 말하고자 합니다.
 
먼저 전제할 것은 저 자신 일부분 서구적 사고, 즉 서양철학이나 서양적 세계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는 점을 먼저 말하고 싶습니다. 한의학을 하시는 분들이나 혹은 서구의 철학이나 사상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흔히 비판하는 것이 서구의 이분론적 사고입니다. 적과 아군을 명확하게 가르고 아군이 아니면 적이라는 사고에 대한 비판은 저 역시 많은 부분 동의합니다.
 
의학에 이를 적용하면, 세균이나 질병, 나아가서 외부 환경을 인간에 적대적인 것으로 설정하고 이를 정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사고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천국과 지옥, 선과 악, 참과 거짓, 정의와 불의 등으로 모든 사물이나 현상을 명확하게 나누는 사고 방식은 분석론적 해석과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모든 것이 분석 가능하다는 분석론은 흔히 비판받는 환원론에 이어지며 서구 사상의 많은 부분은 이원론적이며 분석론적 해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동양사상, 이중에서도 특히 도교와 불교는 조화와 불가분리성을 강조합니다. 단적으로 불교에서 말하는 불이(不二)와 연기론(緣起論)적 세계관을 들 수 있습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너와 내가 둘이 아니고 하나이며 너가 있음으로 내가 있고, 내가 있음으로 네가 있다는 불교의 세계관은 질병을 바라보는 한의학의 관점과도 통해 있습니다.
 
인체에 질병을 단순히 인체에 해로운 적의 침입으로만 보는 의학의 해석과 달리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조화가 무너진 것으로 해석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인체의 조화가 무너진 것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적과 아군이라는 관점보다 오히려 연기론적 관점이 더 질병의 이해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즉 질병의 원인을 주로 밖에서만 찾는 의학과 달리 질병의 원인을 개인이나 사회의 내부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말합니다.
 
물론 이러한 두 가지 질병에 대한 이해가 딱 부러지게 한쪽에는 한쪽만 있다는 뜻이 아니라 주된 관점을 말하는 것입니다. 저도 철학이나 사상으로는 "기"의 개념에 대해 세계와 인간을 이해하는 좋은 개념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실체성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봅니다. 이는 과학적 회의주의자로서 개인적인 해석입니다.

1. '기는 과학적으로 있다고도 없다고도 말할 수 없다.' 즉 과학적으로 검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기를 물질이거나 물질사이의 현상이 아니라는 한의학적 해석에 근거 한 것입니다. 물질 현상이 아닌 문제에 대해서는 과학은 검증할 수 없습니다. 만약 기가 자연현상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과학적으로 검증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2. '의학적으로 생명 현상을 해석할 때 최소한 삶과 죽음의 현상을 설명할 때 기라는 개념은 불필요하다.' 불필요하다는 뜻과 없다라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의학에서 생명 현상을 볼 때 "기"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고려 할 필요가 없는 개념이란 뜻입니다.

다시 왜 생명 현상, 이 중에서도 삶과 죽음을 설명할 때 의학에서는 기의 개념이 불필요한지 논증 해 보겠습니다.

인간에 국한하여 볼 때 인간의 산다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심장, 폐, 머리의 문제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만약 적절한 영양만 혈관이나 기타의 방법으로 공급된다면 머리만 살아 있는 사람도 가능합니다. 즉 머리이하는 없이 머리만 살아 있고 사고하고 말하는 인간도 가능합니다. 이는 실제 상황이 증명합니다. 실제로 폐의 기능이 정지된 사람도 많은 사람이 인공호흡기만 달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 심장우회 수술은 심장을 멈추게 하게도 사람이 살아 있게 함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때 폐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므로 심장과 폐가 멈추어도 인간은 살아 있을 수 있음이 가능하다는 증거가 될 것입니다. 반면에 심장이 멈추거나 폐가 완전히 멈춘 사람은 반드시 외부의 치료적 개입이 없다면 필연적으로 사망합니다. 뇌도 생명 중추가 완전히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필연적으로 사망합니다.
 
이는 무뇌아, 즉 뇌 없이 태어나는 태아는 필연적으로 사망한 수 많은 예로 증명할 수 있습니다. 즉 사람의 생명은 폐와 심장과 뇌에 달려 있습니다. 인간이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물론 인체의 다른 기관도 필요합니다. 궁극적으로 볼 때는 인간의 삶과 죽음은 뇌와 심장과 폐에 달려 있으며, 이 중에 한가지만 비가역적으로 손상 받고 외부의 개입이 없다면 결국 나머지 두 가지도 비가역적인 손상을 받게 됩니다.
 
즉 "기"라는 개념이 없이도 인간의 생명 현상은 훌륭하게 설명이 됩니다. 말하자면 기가 호흡과 관계 있다고 하든, 피와 관계가 있다고 하든, 뇌와 관계가 있다고 하든 실제로 기가 있다고 해도 생명 현상에서 살고 죽음에 대해서 설명하는 데는 없어도 되는 개념이란 뜻입니다. 없어도 되는 개념이라고 해도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결론적으로 의학에서는 '현재로서는' 기가 있는지 없는지 검증의 대상이 아니며, 검증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며, 없어도 되는 개념입니다.

기가 생명 현상에서도 죽고 사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면 심장과 폐와 뇌 중에서 모두가 비가역적인 손상을 받았거나 이중에 하나만 손상을 받은 사람이라도 살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기"가 생명 현상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개념이거나 혹은 실체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최소한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을 설명하는데는 "기"라는 개념은 의학에서는 필요 없는 개념입니다.

 
 
(2002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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