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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워치> 130호 (PDF 전문)
  [의학] 한의학의 과학성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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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er : mahlerian     Date : 07-09-28 01:19     Hit : 6932    
  Trackback URL : http://www.skepticalleft.com/bbs/tb.php/sympo_5/12
김승열님이 윤여동님의 글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소통'에 대해서 반박한 글입니다. 하니리포터의 글은 소실되어서 김승열님의 사이트(http://cafe.daum.net/er)에서 직접 가져왔습니다. 링크랑 게시날짜가 없는 것 양해바랍니다.
 
 
 
* * *
 
 
한의학의 과학성에 대해
 
 
의학과 과학, 과학적 방법론에 대해 토론하면서 하나 느낀 것이 있다면 있지도 않는 사실을 가지고 토론하는 것에 대한 어이없음입니다. 적나라하게 말하면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선입관의 무서움도 느끼게 합니다. 하니리포터 의견쓰기 게시판이나 윤여동님도 있지도 않은 진술이나 주장을 선입관에 의해 기정 사실로 여기고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슷비슷한 내용이지만 이런 질문들입니다.
 
질문 : 1. 과학은 절대적인가? 
         2. 과학은 자연 현상을 모두 설명하는가?
         3. 과학적 잣대만이 최고인가?
 
답변 : 과학적 방법론을 지지하며, 과학적 의학을 하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규정하며, 그리고 과학적 회의주의자로서의 답변입니다. : 모두 아닙니다.
 
만약 위의 답변을 모두 예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과학적 회의주의자가 아니며, 과학적 방법론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과학자일지는 몰라도 도그마에 빠진 사람일뿐입니다. 과학자도 도그마에 빠질 수 있지만 위의 질문에 모두 예라고 하는 과학자는 아마 예외 중에 예외 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에 대한 비판의 근거를 대부분 위의 질문에 과학자들이 예라고 생각 할 것이라고 비판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며, 윤여동님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위의 질문들은 과학을 따지기 전에 논리적으로 생각해도 사실 답변할 가치도 없는 질문이지만 뜻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공격을 합니다.
 
1. 과학은 절대적이 아닙니다. 사실 과학이 절대적이다, 아니다 하는 말이 과학의 대상이 되는 말이 아닙니다. 즉 무엇에 비해, 어떤 면에서, 절대적이다라고 하는지 전제조건이 없기에 논리적 판단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 말입니다. 다만 과학적 방법론은 과학적 회의주의자들, 그리고 대부분의 과학자들에게는 최선의 자연현상 탐구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뿐입니다.
 
왜 최선의 자연탐구 방법인가? 이는 물이 아래로 흐르듯이 과학적 방법론은 자연스럽게 최선의 탐구방법으로 바꾸어지는 기전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증명과 검증을 통해 스스로가 잘못 되었다면,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스스로를 폐기 처분하거나 더 좋은 방법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론이기 때문입니다. 비유를 든다면 컴퓨터의 자가 진단과 비슷합니다. 그런데도 과학적 방법론을 수정할 수 있는 방법론이 과학적 방법론에 의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과학적 회의주의자들은 과학적 방법론이 자연 현상을 탐구하는데 현재로서는 ("현재로서는" 이 말이 아주 중요합니다. 미래에는 더 좋은 방법론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입니다. 또 엄밀하게는 과학적 회의주의자들에게 한정된 것입니다.)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과학이 자연 탐구의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과학의 방법이 최선이 아니라는 증거만 내 놓으면 됩니다. 증거만 있다면 과학적 방법론은 증거에 의해 과학적 방법론이 최선인가, 아닌가를 검증할 수 있습니다.
 
2. 과학은 자연 현상을 모두 설명하는가?
 
너무나 지극히 당연히 아닙니다. 또 과학이 자연 현상을 얼마나 설명하는가? 1%인지 0.0001%인지 99.99999% 인지, 100% 인지 아무도 모른다입니다. 이건 과학이 아니라 논리적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저는 의사이지만, 감기조차도 완전히 알지 못 하며, 감기에 대해 몇 %를 아는 지도 모른다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다만 감기를 현재의 알려진 지식의 체계 내에서 진료를 할 능력이 있을 뿐입니다.
 
누구든지 어느 한가지에 대해서라도 모두 알고 있다고 주장하면 이 주장을 과학적 회의주의는 도그마라고 판단합니다. 과학적 방법론은 인간의 한계, 지식의 한계를 전제로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과학적 방법론 자체가 인간이 어떤 물질이나 자연현상, 법칙을 모두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모두 아는 방법이 있다면, 모두 알게 된다면, 모든 자연 현상을 설명할 이론이 있다면 과학적 방법론은 즉시 폐기 처분됩니다.
 
3. 과학적 잣대만이 최고인가?
 
이 질문 역시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전제조건이 결여되어 있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과학적 잣대만이 최고라는 말을 한다면 이 역시 도그마입니다. 과학적 방법이 최선의 자연 법칙 탐구 방법이라고 할 때는, 이미 "현재로서, 알려진 방법 중에, 과학적 회의주의자들에게는" 이라는 전제가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제조건에서는 과학적 방법론이 최적의 자연 탐구 방법입니다. 다시 말해서 과학적 방법론은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스스로를 더 좋은 방법으로 바꿀 내적인 방법론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과학적 방법론이 최적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증거를 보이고 증명하면 됩니다.
 
4. 한의학은 비과학적인가?
 
비과학적이라는 말은 두 가지를 뜻 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과학이 발견한 자연법칙과 반대된다는 뜻, 두 번째는 과학이 판단할 수 없는, 과학의 대상이 아닌 것이라는 뜻, 어느 쪽으로든 해석 될 수 있습니다.
 
한의학의 음양오행, 경락, 경혈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면 먼저 과학의 대상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부터 검토되어야 합니다. 과학은 대상을 엄격히 제한합니다. 곧 자연현상만을 다룹니다. 즉 음양오행과 경락이 자연 현상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자연 현상, 즉 물질과 물질사이의 관계이고 과학적이라고 판단을 받으려면 과학이 요구하는 검정을 받아야 합니다. 과학적 방법론이 요구하는 증명을 하여야 합니다. 만약 과학의 대상이 아니라면 과학은 "과학적이다, 아니다."라는 판단을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고, 할 필요도 없으며, 할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습니다. 이때 "비과학적이다."라는 말은 한마디로 과학은 판단할 수 없다라는 말이 되겠지요. "신은 있다."라는 믿음은 과학적 판단의 대상이 아닙니다. 신이 자연현상이라면 모르지만, 자연 현상이 아닌 한 신의 존재여부는 과학적 판단의 대상이 안 됩니다. 즉 과학은 신이 있다라는 주장을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습니다. 과학적 판단의 대상이 안 되는 주장을 과학이 판단하라고 하면 그야말로 어불성설(語不成說)입니다. 음양오행, 경락, 경혈은 그러므로 자연현상이 아니라면 과학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수 없으며, 이때 비과학적이라는 말은 과학의 대상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5. 통계적 검정.
 
윤여동님은 치료효과를 검정하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치료효과의 검정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같은 병이라면 통제된 조건에서는 병의 자연경과는 같아야 합니다. 가장 간단한 예를 들지요.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복어 알을 100 mg 정도를 먹고 치료하지 않으면 거의 100% 모두 죽습니다. 이것이 복어 중독의 자연 경과입니다. 그런데 호흡마비가 오기 전에 인공호흡기를 달기만 하면 7일정도 지나면 대부분 거의 100% 다른 요인이 없으면 살아납니다. 그러면 복어중독으로 인한 호흡마비에서 인공호흡기는 다른 요인이 없는 한 100% 살수 있다라고 검정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뻔히 보이는 치료 효과도 의학에서는 철저히 통계를 내어 우연의 효과를 배제합니다만, 간단히 말해서 모든 치료 효과의 검정은 아무리 복잡해도 위의 원리와 비슷합니다. 즉 "병의 자연경과는 모두 같다."라는 말에 동의한다면 (이는 통제된 조건입니다.) 치료효과 검정이 어렵다는 말은 그 절차가 복잡할지 몰라도 윤여동님의 과학과 의학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말인 듯 압니다. 의학에서 사용하는 공인된 방법은 모두 검정을 거친 것입니다.
 
참고로 신약이 발견, 발명되면 최소한 미국 FDA에서 공인 받기 위해서는 최소 3년 이상 걸립니다. 체질에 따라 약효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같은 질병이라도 체질에 따라 (이것이 조건 통제입니다.) 같은 치료를 하고, 다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증명하면 됩니다. 질병의 자연 경과는 같다는 것에만 동의하면 이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닐까요? 의학에서도 체중이나 성별에 따라 같은 병에도 같은 약을 사용해도 다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면, 남성 호르몬은 남성에게는 성욕강화를 보이지만 여성은 남성화되는 효과를 초래합니다.
 
6. 윤여동님의 몇 가지 오류적 주장에 대해
 
윤여동님의 주장은 한의학계의 주장이 아니므로 혹, 윤여동님의 주장을 한의학계의 주장으로 생각하시는 분이 없으시기 바라며.
 
1) 진단만 제대로 되면 치료방법은 의학에서도 이미 아주 잘 나와 있습니다. 한의학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의대생시절에는 진단을 주로 배우고 치료는 아주 개괄적으로만 배웁니다. 즉 원칙적인 것만 배우고 세세한 것은 다 책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2) "나에게 효과가 없으면 치료 효과가 없는 방법이다."라고 하신 윤여동님. 이건 한의학도 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의학 치료가 나에게 효과 없을 수도 있고, 의학치료가 나에게 효과 없을 수도 있습니다. 어째서 나에게 치료효과가 없으면 필요 없는 치료라는 주장이 의학에만 적용되는지요? 이건 의학, 한의학의 문제가 아니라 논리의 문제입니다. "의학적 치료는 나에게 효과가 없으므로 의학적 치료보다 한의학이 낫다."이런 주장입니까? 이것을 " 일반화의 오류"라고 합니다.
 
3) 진단이 사람마다 달라진다면 의학은 과학이 아닙니다. 다만 숙련도와 지식의 문제라면 모르겠지만, 같은 단일 질병을 두고 한사람은 "간질환", 한 사람은 "뇌질환이다."라고 진단하고 "간질환이라고 해도 맞고, 뇌질환이라고 해도 맞다."라고 한다면 치료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윤여동님의 주장은 한의학계에서도 인정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한 한의학계에서도 님과 같은 주장은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한 같은 증상이 있다면 한의학계에서도 진단은 대개 일치합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특별한 외상이 없이 편마비가 발생하면 대부분 중풍으로 진단합니다.
 
4) 의학이든 한의학이든 예측이 가능합니다. 환자의 자연경과에 대해서, 치료 후의 경과에 대해서는 의사이든 한의사든 예측이 가능합니다. 아니 예측이 불가능하다면 치료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솔직히 윤여동님의 주장은 논리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도대체 병의 치유효과를 예측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치료가 가능하겠습니까? 다만 결과를 장담하지 못한다는 말은, 치료 후에 결과가 과학적, 혹은 경험적으로 나빴다는 것을 알 때 하는 말이지 예측을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 한의사 선생님도 저의 이 말에 동의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윤여동님의 치료효과 예측에 대한 말로 미루어 볼 때 의학도 모르지만 한의학도 모르고, 그 이전에 논리 자체가 모순입니다.
 
5) 현재 의학은 치료효과가 있는 (즉 의학적 치료효과보다 좋은) 어떤 치료에 대해서도, 진단 방법에 대해서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면 합리적이라면 검토를 합니다. 사실은 자본의 문제이지만, 즉 희귀병에 대한 연구가 소홀하고 돈이 되는 연구에만 집중하는 문제가, 윤리적,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한의학의 진단, 치료방법이 유용하다는 증거만 있다면 아마 연구를 하지 말라고 해도 연구 할 것입니다. 물론 현재도 일부 연구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미국에서 대체의학이나 한의학의 연구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는 분도 많습니다만, 의학적 연구의 비용이나 연구 인력면, 규모 면에서는 거의 관심수준일 뿐입니다. 미국의 의료예산만 보아도 쉽게 알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윤여동님의 한의학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오히려 한의학을 오해하게 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가능하면 윤여동님은 글을 올리시기 전에 한의사나 한의대생에게 검토를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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