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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워치> 130호 (PDF 전문)
  [변희재] 군가산점. 3%의 상징, 3%가 부족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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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er : mahlerian     Date : 07-10-08 19:33     Hit : 5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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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가산점 논란 당시 변희재가 대자보에서 토론했던 자료를 모은 것입니다. 첫번째는 토론발제이며, 두번째는 본토론, 세번째와 네번째는 각각 페미니스트(김신현경)와 예비역(변희재)의 입장에서 후기를 쓴 것입니다.
 
소개글은 추후에 보강하겠습니다.
 
 
* * *
 
 
1.
군가산점. 열린 대화가 필요한 이유.
/이영준 문화부 기자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언제 어느 때이건 토론은 생산적이라고 믿어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군가산점 문제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을 두고선 쉽사리 그런 결론을 내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화여대 통신공간은 거의 초토화되었고, 남성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적대적이었습니다. 합리적인 사고와 토론은 악의적이고 적대적이고 집요한 감정싸움에 묻혀버리고 말았습니다.
 
 
 토론 무용론
 
 어떤 사람은 토론은 원래 그러한 것이라고 할 지 모릅니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의 핵심적인 논지는 이것입니다.
 
 "토론 당사자가 누가 바뀌느냐? 그런 사람을 나는 본적이 없다"
 
 사실 타당한 말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입장을 바꾸는 토론자는 저 역시 사석에서조차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심야 토론을 보아도 그렇고. 설사 근거가 궁색할 지라도 당사자가 자신의 입장을 바꾸는 것은 좀처럼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 입장이라고 하는 것이 관념과 의지를 강조하는 그들의 기본적인 입장과는 반대로 어떤 이해관계에 근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자민련 의원들이 그렇게까지 멍청해 보였던 것은 그들이 정말로 멍청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이해관계에 따라 그들이 '국민'이라는 보편어를 얼마나 마음대로 써 왔나 하는 것을 보여준 것 뿐입니다.(게중엔 정말 멍청한 이들도 있었던 것 같지만)
 
 하지만, 저는 여전히 침묵보다는 토론을 지지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충실히 변명하고 옹호해도 우선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토론은 토론당사자를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깥을 향하고 있는 의사소통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토론당사자들은 명확한 이해관계나 이념적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 아니 시민이라고 합시다, 모두가 그런 명확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소위 부동층이라는 것이 광범위하지 않습니까? 왜냐하면 복잡한 세상의 모든 분야에서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실제로 자신이 지지할 만한 의견을 다양한 매체와 토론의 과정을 통해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 지지의 이유가 이해관계이든 도덕성이든지 간에 그것을 따져 묻는 것은 사후적입니다. 그것은 때로는 어떤 정책집단에 위임하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그래서, 대의 민주제에 있어 토론이 없고 진정으로 다른 매체가 없다는 것은 정말로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야말로 하버마스의 이야기처럼 시민불복종을(!) 통해 합법성과 합헌성은 의사소통하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군가산점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는 오가는 글들 속에 들어있는 최소의 합리성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존재했음에도 느낄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오가는 담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야기를 둘러싸고 있는 어떤 분위기 그러니까 담론을 둘러싸고 있는 어떤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담론이 담론으로서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힘의 관계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할 것입니다.
 
 모든 남성들은 이해관계자가 된 것처럼 단합하는 것처럼 보였고, 에너지는 과도하게 충만하였습니다. 언론은 성대결의 방식으로 그 과정을 팔아먹기에 바빴습니다. 그리고는 모두들 보신 대로 흘러갔습니다.
 그래서, 이번기획은 좀 우회하기로 했습니다
 
 이제서야 충만한 에너지는 좀 진정이 된 듯 합니다. 그래서, 이제 좀 이야기할 여건이 된 듯도 합니다. 대자보에서는 이번에 좀 근본적으로 우회하려 합니다. 합리적인 의견들이 흘러갈 길을 좀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우선 군가산점에 중점을 찍기보다는 왜 그러한 반응을 보였는가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내 볼까 합니다. 그렇다면, 그런 반응을 일으키는데 있어 '군가산점은 도대체 무슨 문제이길래?' 그런 순서로 물어볼까 합니다. 그것은 대담의 형식으로 풀어 볼까 합니다.

 
 그리고는 다음으로 그 토론의 효과를 보려 합니다. 그래서, 두분의 토론자로부터 토론을 통해 얻은 문제의식을 좀더 확장하여 들어보려 합니다.
 
 
 
 
 
 
2.
[토론] 군가산점. 3%의 상징, 3%가 부족할 때
/ 이영준 문화부 기자
 
 
 

 이 토론은 군가산점 문제를 둘러싼 여러 반응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군가산점 문제에 중점이 가 있기보다는 왜 그런 반응이 일어났는가? 그리고, 그런 반응들의 근저에는 어떤 문제들이 내재해 있는가를 보려하는 것입니다. 결국 군가산점 문제도 폐지 그 자체의 당위성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 반응들과 관련해 '어떤 종류의 문제이길래?' 물어보는 방식입니다.
 
 단언하건데, 긴 글이지만 뒤로 갈수록 무척 재미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줄거라고 여겨집니다. 정리한 사람으로서 감히 강력히 추천합니다.
 
 토론자로는 김현경씨(영페미니스트 출판기획집단 '달과 입술' 편집위원) 변희재씨(대자보 편집국장) 두 분이 주로 토론하셨고,  권준희씨(연대 사회학과 대학원)가 더불어 좋은 말씀 해 주셨습니다.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편집을 많이 하게 되었음을 밝힙니다. 중간에 괄호나 이름 없이 쓰여있는 청록색 문장은 원활한 연결을 위한 제가 덧붙인 말입니다.   
 
 
 
 
   우선 앞부분에는 서로 전제되어 있는 것이 조정되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사후적으로 정리 해 보았을 때 토론자 모두 동의했던 것은 군 가산점이 단순히 남자와 여자의 문제가 아니라 군필자와 미필자의 문제이며,(김현경) 동시에 그것이 미필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막고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 보상이 다른 곳이 아니라 진입장벽에 적용되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이다.(권준희) 하지만 여기에서 변희재씨는 전제되지 않은 지점에서 바로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가를 전략적으로 접근한 반면, 김현경씨와 권준희씨는 우선 군 가산점 폐지의 당위성에 대해 총론적으로 먼저 접근하셨다. 그래서, 토론 초반 약간의 혼선이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해 세 분 모두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변희재: 사실 군 가산점 문제라면 94년도인가 처음 나왔던 것 같은데, 5%는 너무 크다 3%로 가자 그렇게 시작되었어요. 왜냐하면 직업 선택권 자체를 박탈하니까요. 하지만, 만약에 폐지가 아니라 상징적으로 낮추고, 가산점의 범위를 확대시켰다면, 여성계는 받아들일 수 있는지 저는 궁금해요
 
김현경: 여성계라고 한다면 대표적인 여성운동 단체들이라고 생각되는 데요. 그런 단체들이 구체적인 정책의 과정에서 법 자체의 방향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것과, 실제로 여성의 권익을 위해 조금씩 몫을 떼어오는 그런 방법에 있어 약간의 딜레마에 봉착했다고 여겨져요. 제 개인적인 의견이라면 그런 방법은 별로라고 생각해요.
 
변희재: 저는 헌재에서 이렇게 판결이 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전면폐지가 아니라 타협할 수 있었다고. 저는 헌재에서 전면폐지를 해 버렸기 때문에 남성들이 이렇게 길길이 뛴다고 생각해요. 여성계에서는 군 가산점을 전면 폐지하고 근본적인 보상을 요구하라고 이야기했는데, 저는 근본적인 보상이 불가능하다고 보거든요. 이런 면에서 여성계의 신축적인 대응이 부족했다고 보여요.
 
김현경: 그런데, 실제로 보상을 받고 있지 않나요? 호봉이나 등등에서요? 경력으로도 인정이 되구요. 저는 지금 신축적인 대응이라고 하는 말의 뜻을 잘 모르겠어요. 저는 이 문제가 군필자와 미필자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군대를 둘러싼 이야기가 될 줄 알았는데, 너무 정책적인 문제가 나와서 말이 좀 막히는군요.
 
 
변희재씨의 핵심적인 입장은
 
변희재: 저는 군 가산점을 살려놓은 상태에서 점진적으로 나갔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호봉은 한 오천 원정도 더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것으로 보상이 되나요? 왜냐하면 앞선 말처럼 군대는 근본적으로 보상되지 않기 때문에 상징적으로 군가산점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전면 폐지 쪽으로 극명하게 나가는 것은 신축적이지 못하다는 것이죠. 국민회의 임채정 정책위의장에 대해 낙선운동을 펼치겠다 하는 등등의 대응 말입니다. 안전한 논의를 하지 못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100을 받아야 하는데 1을 준 것이 가산점인데, 그 1을 가져갔으니 100을 달라고 하는 거죠. 사실 100을 주는 것은 군대 26개월치 월급을 제대로 쳐줘야 하는데 그것은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보상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덮여 있던 문제였는데 여길 건드렸기 때문에 분노한 것 같아요.
 
김현경: 근본적인 보상을 내어놓아야 한다는 여성계의 주장을 반박하셨는데, 저는 합리적인 보상은 지금부터 논의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은 왜 여성계가 대안도 내어놓지 않고 비판하느냐, 자기 밥그릇만 챙기느냐 하는데 저는 그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것은 징집이나 그런 것을 통해 발생하는 문제인데, 왜 그것이 여성계가 대안을 먼저 내어놓아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 분노가 여성계에게 돌아가는가 하는 거죠. 이것은 사실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요.
 
변희재: 저는 그것은 대응하는 기술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왜 그것을 '정부는 근본적인 보상을 해라' 라는 식의 성명을 내는 것인가 하는 거죠. 우리의(군필자의 입장이라고 했다) 입장에서는 근본적인 보상은 불가능하다라는 것을 뻔히 알거든요.
 
김현경: 그 부분은 여성계도 힘들어요. 보상은 해야겠지만 아주 근본적으로 모병제를 이야기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고. 솔직히 저는 개인적으로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사실 남자들의 활동이 가시적이기 때문에 보상이 되고, 보상을 해야 하고, 그리고 이런 문제에 닥쳤을 때에도 이렇게 전우애를 발휘 할 수도 있지요. 반면에 여성의 경험은(이것 역시 남자의 군대처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힘의 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는 의미가 내포된 것 같았다) 비조직적이고 비가시적이죠. 그런 상태에서 대안도 분노도 여성계에게 돌려진다는 것은 억울하다고 보아요.
 
권준희: 문제가 되는 것은 보상의 주체가 없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왕자왕하는 것 같아요 국가가 하든지 기업에 돌리든지 말이죠. 이렇게 헌법조문만 대고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보상의 방법, 대상, 때 그리고 무엇보다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까지 정할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군가산점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은 동의를 하거든요.
 
변희재: 2개월 동안 논의 과정을 보았지만 사실 이 선을 잘 넘지 못했어요. 무언가 보상을 하긴 해야겠는데. 하지만, 여기서 더 못나가는 이유는 아까 말처럼 할 수가 없기 때문임을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권준희: 그것은 국가가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변희재: 해야 한다는 것과 할 수 있다는 것은 틀리죠.
 
김현경: 그럼 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에요? 저의 의견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하기는 해야겠지요.. 하지만 완전히 만족할 만한 보상은 모병제가 되지 않는 한 힘들 것이고, 그렇다면 좀 이상하지 않나요? 어짜피 7,9급 공무원시험을 치지 않는 한 별로 실질적으로 자신에게 도움도 되지 않겠죠. 그리고, 지금까지 대충대충 넘어 갔을 터이고. 그런데, 사안이 터지자 모두들 나는 아니더라도 우리남자들을 위해 이렇게 집단적으로 전우애를 발휘한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아요? 실제로 이전보다 빼앗긴 것도 없는데, 피해의식을 상대적으로 강하게 가지는 것 같아요. 오히려 구체적으로 생각하지도 못하고. 군대라고 하는 것을 경험하는 자신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이야기되어지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아까 이야기했듯이 여성의 경험이 비가시적, 비조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주 솔직히 이야기한다면 왜 그 보상을 여성계에 요구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권준희: 여성계가 대응한다는 것도 좀 우습다고 생각해요.
 
 여기에서 김현경씨는 군가산점 문제에서 그것을 푸는 주체에 대해 변희재씨에게 반박하며 중요한 문제제기를 한다.
 
김현경: 왜 여성계가 그런 보상에 대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여성계도 물론 생각해야 겠지요. 실제로 가장 큰 집단인 듯 보일 것이고. 하지만, 그 반응과 감정이 전환되는 과정에 있어서는 분명 여성혐오적이고 페미니스트 혐오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그 소송을 장애인 친구가 같이 걸었어요. 하지만, 그에 대한 반응 역시 여자들이 장애인을 이용한다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반응을 보였거든요. 그것 자체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이지요. 그래서, 솔직히 대안을 이야기할 때 어려운 감정과 짜증스러움이 교차해요. 군대 간 것이 억울한 생각이 강한데 그러면 실제로 보상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하면, 그 어떤 것도 받아들여지지 않거든요. 결국 그 근저에는 너희는 군대에 가 보지 않았느냐 하는 생각이 깔려 있어요. 결국 어떤 대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이에 대해 김현경님은 이후에 차라리 사회와 군대의 여건이 되고, 군대에 가는 방법을 다양화 해서 여성이나 장애인도 나름의 국방의무를 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혀 주셨다. 그것은 단순히 신체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며. 그것 역시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딜레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김현경: 그러니까 오히려 여성들이 -미필자라고 생각하지 않지- 자신들의 고유한 경험을 침해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아닌지. 그래서 저는 실제로 남성들이 근본적인 보상을 바라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도대체 어떤 보상을 바라는 거에요? 질문만을 던지지 말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 봐요. 그런 면에서 여러 페미니스트 집단들도 말하는 방식을 바꿨으면 좋겠어요. 대답만 하는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변희재: 다시 이야기가 돌아가는 듯한데, 저는 정말 구체적으로 대안을 생각해 보았거든요. 뭘로 받아야 할까 생각해 보았어요. 저는 미군 부대에 있었으니까 '한 달에 백만 원씩 이천사백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요. 하지만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다 아는 이야기잖아요. 복학생에게 군장학금을 주자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것도 안 되요. 교육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니까요. 어느 것 하나 통하는 것이 없다는 거에요. 그러니까 이야기가 안 되는 거지요.
 
 문제의 복합성은 실제로 문화적이고 정체성의 차원에서 김현경씨의 지적과 같은 복합적인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현실적인 토대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데 있어 보였다. 그것은 이중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현경: 나와서의 보상뿐만 아니라 그렇게 억울하게 느껴지는 군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노력도 있어야 하지 않나요.
 
변희재: 그것은 개선해도 마찬가지죠. 어차피 강제로 끌려갔고 개선을 해도 보상 문제는 그대로 남으니까요.
 
김현경: 그래서 말씀인데, 저는 차라리 여성들도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것은 장애인도 마찬가지고요. 다같이 가 봤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가보자는 그런 차원이 아니라 전제조건이 있어야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될 수 없는 현실적인 장벽이 분명히 있어요. 그러니까 어쩌면 남성들에게 있어 그것은 일등시민이 되는 하나의 조건이기도 하죠.
 
 군가산점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상대적으로 비가시적이나 치밀한 혜택이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피해의식을 가지기에는 그런 점이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권준희: 하지만, 책 대신 총을 들었다는 어느 방청객의 말도 있잖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강제징집을 피할 수 있는 특례대신에 기꺼이 강제징집에 응하는 이유도 있다는 거죠. 군대가면 사람된다.
 
 여기에는 기간과 강제 등이 좀 더 고려되어야 할 것 같지만. 역시 현실적으로 이익이 있다는 논지의 이야기였다. 긴 이야기였지만 흐름상 줄였다.
 
변희재: 맞아요. 그것은 인정할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군복무가 국가에 대한 신성한 의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만약 그랬다면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에요. 하지만, 지금은 '왜 우리가 국가에 그렇게 봉사해야 하지?' 라고 생각하거든요.
 
김현경: 저도 그런 것이 재미있었어요. 남자들의 이야기도 이제는 단일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아주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요. 징반모(징병제를 반대하는 모임)같은 모임도 저는 긍정적이라고 보아요.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 흥미로워 보여요.
 
권준희: 하지만 그런 다른 이야기들 속에서 누구의 이야기가 가시화되느냐 하는 것은 또 남아있죠.
 
변희재: 그런 통신상에서 짖어대는(?) 애들은 제외하고 합리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하지만 도대체 먹히지가 않아요. 합리적으로 보상 안된다고 하잖아요. 그럼 또 안 먹혀요. 그러니까 얘기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버려요.
 
김현경: 그게 왜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권준희: 한정되어 있는 것이 대안만을 이야기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런 식으로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굉장히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은데, 너무 대안에 치우쳐 있는 것 같아요.
 
변희재: 저는 대안이라는 부분까지 이야기가 나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는 거죠. 사실은 간단한 문제에요. 이야기가 안 나오고 대안이 안 나오는 것은 남자만 군대에 강제로 가기 때문이에요. 한쪽만 갔기 때문에 절대 조율이 안 된다고 보아요.
 
김현경: 그래요. 하지만, 실제로 여성들이 사병으로 군대에 가게 되었을 때 정말로 화풀이 삼아 '여자들도 군대에 가라'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반길까 싶기도 해요.
 
이영준: 그것은 아까 말처럼 남자들 역시 반기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겠지요. 저는 사실, 그게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간단히 생각하고 왔거든요.
 
 사실, 이 기획이 구체화되는 데에는 어떤 남성들이 남자들만 군대에 간다는 것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간단히 차라리 그렇게 같이 간다면, 다른 남녀 차별을 해결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근본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간단히 기획했었다. 괜히 근본적인 보상을 요구한다라는 말보다는, 그렇게 치고 나가고 그 이후를 구체적으로 정책적으로 고민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현재 그 소송은 구체적으로 소송이 걸려있지 않은 사안에 대해 헌재가 법률을 심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얼마 전 각하되었다.
 
 여기에서 다시 매우 재미있는 이야기로 전환한다. 지켜보시길.
 
 변희재: 저는 여성이 군대에 가는 상황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성단체 신혜수 회장은 여성이 군대를 안가는 이유가 '모성을 중시 여기는한국사회의 전통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는데 그런 말은 곤란하지요. 그럼 여성은 장교나 하사관도 될 수 없다는 거니까요.
 
김현경: 저는 그 분이 어떤 맥락에서 이야기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여성계라고 해서 하나의 단일한 입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미디어에 잡히는 것은 여성운동 단체이지만, 그것 안에서도 혹은 그 외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거에요. 그렇게 단일하게 어느 페미니스트 단체 혹은 한 페미니스트가 전체의 의견을 대표해라라고 요구하는 식의 소통은 틀린 것 같아요. 말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변희재: 제가 그렇게 보는 이유는 이상한 의견이 나왔을 때 여성계 내부에서도 쳐주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런 모습을 잘 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김현경: 맞는 이야기 같아요. 저도 동의해요. 그것은 사실 토대가 잘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몇몇 단체들이 지고 나가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에 대해 다르게 대응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런 것이 크게 가시화되지 않는 거겠죠.
 
변희재: 그럼 두 번째 문제로 통신에서 왜 그렇게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는가 하는 문제에요. 통신을 오래 하다보니 그런 경우를 자주 보거든요. 툭하면 이화여대로 달려가죠. 왜 이대일까요? 그것은 사회적으로 강자약자를 쉽게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겠지요. 그곳에 글을 적고 집요하게 공격을 하는 사람은 이화여대를 강자라고 보았겠죠. 하지만 이화여대가 진짜 강자는 아니고, 약간 강해 보이는 정도에 불과하지요. 사실 이것은 지역감정과도 닮았어요. 준동하는 극우세력이 있는데, 이쪽으로 비판이 가지 않고 전라도로 가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이대에 분노를 터뜨려 버린 것 같아요. 진짜 강하지는 않은데 강해 보이고, 치면 될 것 같은 그런 곳이 이대라는 말이죠.
 
김현경: 정확한 지적인 것 같아요.
 
변희재: 사회적 약자, 강자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죠. 남자는 강자 여자는 약자
 
김현경: 저는 기본적으로는 남성과 여성에게 권력이 불균등하게 분배되어있는 사회라는 것을 인정하기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번 일도 이대생들이 뭐 특별하게 한 것도 없잖아요. 하지만, 한마디 맥도 못추지 않았나요? 그렇게 되는 상황자체가 자원이 어떻게 불균등하게 분배되어 있는지 보여주지 않나요?
 
권준희: 나눔의 축이 다양해지는 것은 사실이죠. 계급도 있고, 학력자본도 있죠.
 
김현경: 하지만 저도 재미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번 가산점 문제로 연대학생들이 자보도 붙이고 한 것 같은데, 쓰레기 같은 반응이 나올 법도 하건만 그렇지 않았다는 거에요. 오히려 관심이 별로 없었다는 거죠.
 
변희재: 서울대 쪽도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김현경: 이게 뭐냐는 거죠.
 
권준희: 불평등의 축을 보여주고 있다는 거죠
 
김현경: 9급 시험은 자기들의 시험이 아니라는 거에요. 그것은 그 문제에 공격적인 남성들이 누구인가도 보여주는 것이겠죠
 
권준희: 그런데, 왜 여자애들은 자기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조용한가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변희재: 아닐 수도 있죠. 가산점 문제라면 서울대 여학생들에게는 전혀 상관이 없죠
 
권준희: 다른 여자들도 관심없어요. 서울대뿐만 아니라.
 
김현경: 그래도 상징적으로 가장 공정하다고 여겨지는 그 시험에서 그렇다면 다른 곳에서는 어떨 것인가 하는 것은 분명 여성들에게는 자신의 일이기도 하죠.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자신의 일이 아닌 매우 복합적인 상황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페미니스트 몇 명이 떠드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들.
 
변희재: 제가 정책적인 것을 자주 지적하는데, 제가 여성계에 들어갔다면 아마 이것을 연구했을 거에요. 여성이 군대에 가겠다라고 이야기하고 징집의 다양성을 연구하겠어요
 
권준희: 여성이 사관학교에 가게 된 것이 97년 부터에요. 그전에는 간호장교 정도로 갈 수 있었죠. 도대체 징집의 다양성을 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보아야겠죠.
 
김현경: 저는 그런 의견에 동의해요. 물론 여성계가 반드시 먼저 책임지고 내어놓아야 한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지만. 처음에 그 반응을 보았을 때, 너무나 폭력적인 언사들이 통신에 난무하게 됨에 따라 아예 그곳에 참여할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아예 발을 끊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서 아예 생각도 하기 싫었죠. 그래서 친구들이랑 '차라리 군대 가자' 이렇게 이야기도 했죠. 그러면서 전제조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고.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도 생각하려 하지 않는 다는 것이죠.
 
 여기에서 위에서 지적한 여성계 내부에서 문제가 있는 의견은 쳐주어야 한다는 변희재씨의 의견에 대해 약간의 반발이 있었다. 그의 의견은 논쟁이 없으면 하나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김현경: 단일하게 보이죠. 단일하지 않다고 저는 이야기 하지만요. 하지만 보이는 것은 너무 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변희재: 이번에는 김신명숙씨가 대표성을 띠고 나왔잖아요.
 
김현경: 전혀 대표가 아니라고 보아요.
 
변희재: 밖에서 보기에는 그렇게 보여요. 모든 문제를 지고 나오는 것처럼.
 
김현경: 누구를 대표로 만들어 버리는 가도 잘 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변희재: 전술적인 문제인데, 그 분이 글에서도 말에서도 실수를 많이 했다고 보여요. 그렇다면 대표성이 없다든지 반박하는 글을 써 주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권준희: 아니죠. 대표성은 만드는 거고, 재현되는 것이죠. 김신명숙으로.
 
김현경: 통신에서 이대를 페미니스트의 전부로 치고, 어떤 페미니스트가 이야기하면 너 'XX지' 라고 치고, 김신명숙이 이야기하면 그것을 페미니스트 대표로 치고 그런 방식으로 계속 대표성을 만들어 가며 그것을 죽이는 희생양의 정치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거에요. 어떤 느낌으로 그 말씀을 하시는지는 알겠지만 말이죠. 얘기를 안 한 것이 아니라는 거죠. 다만 가시화 되지 않을 뿐이죠. 저는 제가 여기에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해서 페미니스트 대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치 않거든요. 대자보에서도 정말 다른 사람들 많이 불러보아요. 다른 이야기 많이 할 테니까요.
 
김현경: 언론의 선정성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아요. 이것은 단순히 남녀의 문제가 아니다. 메이저 마이너의 문제이다라고 이야기 해 보아도, 계속해서 남녀의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걸요.
 
권준희: 방송에서 군가산점 철폐로 떨어진 아들을 보고 엄마가 우는 모습을 방송하며 역차별의 구도로 몰아가는 거죠.
 
김현경: 만약 페미니스트들이 변희재씨의 말처럼 제때 반박을 할 지라도, 또 언론에서는 페미니스트들끼리 싸운다. 그런 식으로 몰아갈 것 같거든요. 그런 문제들도 있다는 거죠. 여자들은 그냥 단일한 거에요. 재현에 있어선. 여자들은 생물학적으로 단일한 존재인 거에요. 남자들은 여자들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거에요. 누나도 여자고 엄마도 여자고 여동생도 여자니까요. 저는 그래서 제가 페미니스트이지만 여자를 잘 안다고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아요.
 
변희재: 저 역시 학내의 여성단체를 구분하지 않아요. 한큐에 묶어 버리죠. 그러면 내 인식방법만의 문제냐고 물을 수 있어요. 내부적으로 치고 받는 모습이 안 보인다는 거죠. 저에게는 적어도.
 
이영준: 제가 한 가지 물어 볼께요. 아까 그 단일성을 문제 삼으시면서 언론의 재현을 이야기하셨어요. 옳은 지적 같아요. 하지만, 그것이 남성들의 어떤 상황에 맞닿아 있어야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아요. 도대체 어떤 남성들의 어떤 생각들이 그것을 단일하게 지속시키는 것일까요.
 
김현경: 남자들은 여자들을 이분화 하쟎아요. 페미니스트 비페미니스트.
 
권준희: 그것은 여자 내부에서도 그렇잖아요.
 
김현경: 굉장히 손쉬운 구분 방식이고 무엇보다도 편하죠.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이영준: 언론에서도 둘로 나누면 편하고 재미있죠
 
김현경: 싸움 구경만큼 재미있는 게 어디있나. 너무 재미있죠.
 
변희재: 하지만, 아까 언론이 페미니스트들끼리 싸우는 문제를 선정적으로 다룰 것이라는 것을 염려하셨는데. 그것은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고 보여요. 전북대 신방과 강준만 교수가 처음 조선일보와 치고받고 싸울 때 이슈화되었었지만, 지금은 뉴스거리가 되지 않거든요. 그냥 '다양하니까 싸우는 거다' 뭐 그런 식으로.
 
김현경: 이 정도면 아실만도 하지 않나요? 학교 선거만 해도 여럿 나오고. '또하나나의 문화' 도 좀 다르다는 것 정도는요.
 
변희재: 아니요. 저는 몰랐어요. 그냥 '다 같은 여성운동하는 애들' 그렇게 여기죠.
 
이영준: 약간 틀린 문제지만. 아까 단일하게 보인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그리고, 적대적인 반응이 있었다고도 했어요. 그렇다면, 그것 두가지 문제가 어떻게 묶일 수 있다고 여겨지는데. 우선 학교라는 느낌이 들어요. 특히 엘리트 여성이라는 느낌이 들고요. 물론 엘리트들 사이에도 엄청난 차이들이 있겠지만요. 크게 묶어 보면 상대적으로 여성들 사이에서도 계급이 높다든지, 좀더 자원이 있어 보이는 여성같아요. 그에 적대적인 남성들에 있어, 그들이 자신들보다는 힘이 있어 보인다는 거죠. 오히려, 여성운동을 지지하는 남성들이 학력이 높을수록 많을 걸요. 아까 적대적인 반응이 서울대나 연대에서 적듯이.(그것은 쌍소리를 하기에는 실질적으로 여성, 그리고 그것을 지지하는 남성들의 힘이 압력으로 작용할테니까요) 그것은 운동권이 오히려 지방대에서 죽고 서울 쪽 오히려 명문대에서 유지되는 이유하고도 비슷하고요. 그것은 계급으로만 본다면 계급이 어떻게 정당성으로 전환하는가 그래서, 다시 힘이 어떻게 재생산 되는가하는 문제도 제기할 수 있을 것 같아 덧붙입니다. 학력이 분명히 계급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고, 페미니즘이나 운동과 같은 대안담론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학력에 지지받고, 받을 수 있는 토양이거나 지적노동을 필요로 하니까요. 혹은 구별짓기이거나.
 
김현경: 그런 것은 저희도 우려가 되어요. 실제로 지방에 있는 여성운동가들과 운동을 하지만, 책을 쓰게 되었을 때는 서울대 연고대 사람들이 쓰게 되거든요. 저희도 욕먹겠구나 생각해요. 분명히 그 쪽의 사람들이 그런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런 문제는 저희에게도 중요한 문제로 남게 되는 것 같아요.
 
변희재: 사실 저는 페미니스트들에게 '그애들은 배가 불러서' 라고 폄하하는 말을 자주 듣거든요.
 
김현경: 페미니스트들에게 그런 문제들이 남겨졌지만 적어도 배불러서라는 말이 어떤 바탕으로 어떤 상황에서 발화되었느냐 저는 심히 우려되어요. 그래서, 진보를 말하는 남자들도 믿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거든요. 진보를 의심하게 되는 거죠.
 
이영준: 그 말이 분명 매우 그릇된 말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리고, 그것은 페미니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운동전체에 대한 것과 겹치지만요. 그런 말을 조금이라도 귀담아 들어야할 경향성이 있는 것 역시 사실이죠. 이미지든 현실이든지 간에요. 운동권만 하여도 지방쪽은 거의 망해가는 분위기거든요. 여성운동에 남겨진 문제처럼.
 
김현경: 그것은 먹고 사는 문제가 걸렸으니까요. 겨우 서울대 연고대에 남아있는 거죠. 졸업해서 다른 것 해도 대충 살 수 있는 정도가 거기잖아요. 중요한 것은 자기들에게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것이겠죠. 저도 스스로 그런 것은 인정하거든요. 제가 자원을 상대적으로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에 다른 남자들이 '정말 없는 아이들은 이런 것 하지 않는다' 라고 말하는 것은 틀리는 문제라는 것이죠.
 
변희재: 글쓰기 할 때 그런 것을 밝혀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배부르다라고 인정하고 시작하는 것과, 그것 빼고 이야기하는 것의 효과는 틀리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대가 공습 당할 때 '배부른' 그런 이야기 많이 나왔거든요. 그때 차라리 그렇게 시작해서 글쓰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글을 보지 못했거든요.
 
 변희재씨는 매우 구체적인 대안을 좋아하는 편이고 웹진 편집장답게 저널리즘에 바탕을 둔 글쓰기에 초점이 많이 가 있었다.
 
김현경: 문제의식은 알겠는데요. 저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랬다고 생각해요. 너무 끔찍해요. 대응을 한다는 것이. 내가 죽을 것을 뻔히 아는데 어떻게 올려요. 그게 사이버 공간상이지만 그 어떤 감정들이 연결된다는 것은 아시잖아요.
 
이영준: 그것은 의사소통 방식의 문제이기도 한 것 같아요. 남성성에 기반한 의사소통의 경우 그런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투에 전투를 거듭하여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 같으면 못할 것 같아요. 저는 좀 여성적이고 다소 소극적이거든요. 그것은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또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저는 이해할 수 있어요. 엄두가 안난다는 말이요.
 
김현경: 저는 일주일 동안 통신에 들어가지 않았어요. 매일 두세 시간씩 보냈었는데. 이런 경우도 있었어요. 우리과 대학원생들이 연락을 돌렸어요. 게시판에 항의를 보내자고요. 그래서 올렸어요. 그런데, 이대 주위의 게임방 IP그런 것을 다 알아가지고요, 적극적으로 글을 올리는 사람들의 비밀번호를 해킹해서 올렸어요. 개인정보를요. 이 집요함. 이게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힘인가 하는 것이죠. 올려야 한다는 것은 옳은 말이죠. 하지만 어떤 힘이 이미 그곳에 작용하고 있는지도 보아야지요.
 
변희재: 저는 남자들이 분명히 군대경험이 이득이 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것이라고 여겨요. 하지만 또 어떻게 생각하면 매우 억울하죠. 그런 이중적인 감정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좀 이해를 하려는 노력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김현경: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이해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것이 통신공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버리는 걸요. 그리고, 그것은 실질적으로 저에게 어떤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을요.
 
 
3%의 상징 -3%로가 부족할때
 
변희재: 저는 근본적인 해결, 이를테면 모병제나 남녀모두 군대를 갈 수 있는 여건이 되기 전까지, 이 3%라는 상징적인 해결은 살려두었어야 한다고 봐요. 대신 가산점을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도록 난이도를 높인다든지 혹은 미필자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가산점 제도를 도입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겨우 미봉책으로 주어져 있는 가산점을 완전폐지 이런 식으로 나와 버리면, 앞선 이야기처럼 실제로 내어놓을 수 있는 대안 역시 없다는 거에요. 현 정권이 가산점 폐지를 밀어붙였다간 정권의 기반이 위태로워 질 판국이니까 차라리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가산점을 연구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방법이라는 거죠. 이 정도에서 타협해야지요.
 
김현경: 그게 제일 편한 방법이기는 하겠네요. 그리고, 인센티브를 넓히는 것은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변희재: 그렇게 되면 대립관계도 해소되고 실질적인 차원에서 군가산점의 위력은 무력화될 것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헌재의 판결도 좀 문제가 된다고 보는데. 부분적인 판결을 내릴 수도 있었다고 보는데. 급격하게 폐지하는 바람에 이렇게 일을 크고 적대적으로 만들지 않았나?
 
김현경: 헌재가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나? 심판을 하는 곳이 아닌가? 하지만, 헌재의 판결에서도 합리적인 보상에 대해서는 열려있다고 보아야지요.
 
변희재: 계속 이야기했지만, 합리적인 것이 불가능하니까 그런 식으로 하자는 거에요.
 
김현경: 그에 대해서 옳다 그르다 아직 판단을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저도 인센티브나 가산점 무력화 방안 그런 이야기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권준희: 좋은 아이디어이기도 하네요. 하지만 7,9급에 그런 토익과 같은 것이 필요하나요? 그리고 그런 것을 더 요구한다는 것은 필요이상의 것을 요구하게 되는 것 아닌가요?
 
변희재: 그렇다면 4지선로 뽑는 방식은 올바른가요? 저는 일괄공채나 공채시험이 존재하는 상황이고 그것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면 그렇게 하자는 거에요. 그러면서 가산점을 얻을 수 있는 폭을 더 넓히는 것을 연구하자는 거에요. 지난 번에 당정회의에서 가산점 존치, 사회봉사라는 대안이 나오니까 여성계에서 너무 민감하게들 반응하더군요. 저는 정부 정책결정자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요. 그들 역시 나름대로 머리 굴린 거에요.
 
김현경: 사회봉사가 얼마나 허구적인가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않나요?
 
변희재: 그럼, 사회봉사 안된다, 존치는 안된다 이렇게 나가지 말고, 사회봉사 시간이나 혹은 방법, 아니면 쉬운 다른 가산점을 생각해 보라는 거지요. 우선은 그것이 싸움의 방식이라고 여겨지는데.
 
이영준: 저는 물어보고 싶은데. 지금 이런 식으로 3%라는 상징을 남겨두고 실질적으로 여러 가지 가산점 난이도 등을 통해 무력화 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지금 당장 이것이 받아들일만한 이야기인지 묻고 싶어요.
 
권준희: 지금? 아니지요.
 
변희재: 3%로가 단지 점수 몇 점이 아니라 군생활에 대한 상징이 되었다는 것은 그것을 존치했을 때 여자들 역시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데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어요. 저희 과 여자 후배 한 명은 충격을 받아 울었다는 글을 썼을 정도로. 저는 결국 그 3%라는 상징을 양보하는 쪽이 실질적으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김현경: 남자들보고 포기해 보라고 해봐요.
 
변희재: 그럼 근본적인 보상이 안된다고 이야기했잖아요.
 
권준희: 포기를 하도록 하는게 아니잖아요. 인센티브 강화는. 결국 아무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경쟁이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방안일 수도 있지요.
 
변희재: 그렇지 않으면, 다른 것도 그런 적대 속에서 날아갈 수 있다는 거에요. 통신에 이런 글 보았어요? 어떤 군인이 제대하자 마자 군가산점 폐지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는 글. 그 3%로가 2년 2개월을 상징해 버렸다는 말이죠. 실질적으로 보상이 불가능하다면, 이것을 건드려서는 힘들다고 봐요. 무력화 시켜야지.
 
권준희: 실제로 보상되는 것도 거의 없는데 왜 그럴까?
 
변희재: 똑같다니까요. 이제껏 무임금으로 26개월을 버티게 만든 원동력은 국방의 신성한 의무라는 상징이었는데 지금은 3%라는 가산점으로 전이된 것뿐이에요.
 
김현경: 이거 진짜 동의 못하겠다. 그 경험이 보상을 해줄 필요가 있는 경험이기도 하지만 분명히 보상받고 있는 경험이라는 것 역시 인정은 해야 할 것 같아요.
 
변희재: 저는 인정해요. 남자들도 직감적으로 알 걸요? 하지만, 그것을 누가 이야기할 수 있냐는 거죠. 정부? 청와대 대변인이 그런 말 했다가는 그날로 잘릴 거에요. 그리고, 보상받고 있다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그 곳에 안가고 돈을 벌었으면 몇 천만 원이고, 대학원을 갔으면 박사과정인데 그러면 분명히 억울하죠.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한큐에 받은 것 있으니 닥쳐라 이것은 힘들 것 같다는 거죠.
 
김현경: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지 않아요.
 
권준희: 분이 인정하는 것처럼. 실제로 보상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해요. 이후에 사회적응능력이나 네트워크도 무시하지 못하지요.
 
변희재: 그것은 인정하죠. 하지만 역시 일괄적이면 곤란해요. 군생활이 도움이 안되는 사람도 있거든요. 투자한 시간에 비해서.
 
김현경: 그것은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문제에 달려있는 문제이고요. 하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에겐 보상이 되는 것도 또 지적해야죠.(사실 그런 도움 없이 사는 사람은 정말 소수이니까. 자기가 받으려 하지 않아도)
 
권준희: 만약 서울대 여자들이 선두에 섰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변희재: 똑같았을 것 같아요.
 
김현경: 아니 다를 것 같아요. 남녀공학이라는 것이.
 
권준희: 이대라는 것은 약자의 의미 또한 있지요.
 
변희재: 그래요. 치면 화끈하게 제압할 수 있겠다는 그런 의미의 것도 있겠죠. 사회적으로 강하다는 겉모습과 함께.
 
 
 
 이후의 토론은 지면상 줄이기로 한다. 긴 시간 좋은 이야기 해 주신 토론자들에게 감사드린다. 이 문제에 깊이 관여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있어선 생각보다는 많은 문제를 짚어낸 것 같았다. 적어도 나는 꽤 재미있게 들은 토론이었던 것 같다. 긴 글 읽어 주신 분께도 감사드리고,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좌담후기] 상상력의 날개를.
/ 김신현경
 

 개인적으로 군가산점제에 관한 당장의 제도적 대안보다 군가산점제를 둘러싼 여러 담론들을 분석하면서 그러한 분석을 통해 이 문제와 연관있는 주체들의 상황까지 짚어낼 수 있을 거라는 애초의 기대를 저버리고 좌담은 우선 제도적 대안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출발하였다. 이것은 아마도 사실상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아도 결국 관심이 모아지는 건 '보상'문제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군대를 다녀온 남성의 경험은 보상되어야 하는 것인가? 그들이 너무 희생해서 보상받아야 하는가? 현실적으로 이미 그들은 군대 경험을 자원화하여 보상을 받고 있지 않은가?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어른들 말대로 '인간'이 되어 예비역들간의 밀고 당겨주는 끈끈함을 보상받는다. 웬만한 입사시험 기준에는 군필자가 들어가 있고 이미 군대문화가 만연해 있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군대는 소년을 가부장적 권력을 지니는 남성으로 재사회화 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물론 그들이 2년 2개월 동안의 감옥생활 같은 군대생활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을 바라는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나 어떤 의미에서 군대경험은 '보상받고 있는' 경험이라는 것을 안다면 문제는 다른 방식으로 설정될 수 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합당한' 보상으로서 군가산점제가 적절치 않다고 본 것에 불과하다. 즉 공무담임권과 평등권이라는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보상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유일하게 공정한 노동시장인 공무원 시험에서 진입장벽을 높인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게다가 공무원시험 응시자에게만 혜택이 주어지는 군가산점제는 군대에 다녀온 모든 남성들에게 혜택을 주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군가산점제 논쟁은 군대를 다녀온 자와 다녀오지 않은 자의 논쟁이 아닌 여성과 남성의 대결이 되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 표적으로 삼은 건 왜 하필 '여성'이었는가? 병역비리로 군대를 안 간 사람, 면제자로 판명되어 못 간 사람도 아닌 여성이 비난의 표적이 되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며 어떤 집단적 불만이 정당한 방향으로 날아가지 않고 어떤 한 집단을 희생양으로 삼는 '희생양의 정치'의 딱 들어맞는 양상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사실 군가산점제는 실제적인 보상이라기보다 상상적인 해결에 불과하다. 개인적으로 왜 남성들이 '제대로' 자기 밥그릇을 챙기려 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그렇게 억울한 군대 내부의 비민주적인 처사들, 형편없는 식사, 비인간적인 대우들에 대해 발언하고 주장하고 요구해야 하지 않는가? 앞에서 '어떤 의미에서 보상받고 있는 경험'이란 말은 남성들이 군대조직의 꼴을 닮은 사회조직에 잘 적응한다는 관찰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이 말에 분노한다면 '너 씨발, 여자지!' 이러기 전에 솔직히 자기에게 군대를 다녀왔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곰곰히 되돌아볼 일이다. 좌담 도중 편집장님의 군대에 관한 솔직한 감정을 들을 수 있었던 건 남성들의 군대에 관한 양가적인 감정을 나름대로 추측해 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로왔다.

 그러나 남성들은 그렇게 솔직하게, 되돌아보며 이야기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군대'경험'을 독점성과 재구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내가 경험했다는데, 넌 해 보지도 못할 거면서 무슨 잔소리가 많아'라는 식이다. 어떻게 보면 이번 논란에서 남성들이 보여준 분노의 일부분은 자신들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어떤 경험에 대해 다른 누군가 특히 그 경험을 해 볼 수 없기 때문에 알 수도 없다고 여겨지는 이들이 건드렸기 때문에 더욱 촉발된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감옥에 다녀오지 않은 자는 감옥의 인권에 대해 논할 자격이 없는가? 군대를 다녀온 자들의 일방적인 발화방식에서 우리는 경험이 가지는 권력을 읽을 수 있다. 경험이 있다고만 잘 꿰뚫어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로 다양한 군대 경험이 몇 가지 진부한 이야기로 요약될 수 있는 것은 경험이 재구성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경험 그 자체보다는 경험에 대한 성찰적 인식이나 분석이 더 필요하다.

 좌담에서 나눈 이러한 이야기들을 통해 이제 여성주의가 건드리는 문제의 영역이 단순히 '여자들 권리 하나 더 찾기'가 아니라 매우 복합적인 여러 지점들을 건드리게 된다는 것을 절감하였다. 몇몇 여성운동단체가 여성문제에 관한 해법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문제는 이제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국은 토론과 논쟁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싸우고 있는 여성집단들이 가시화되어 어떻게 한 문제가 복합적인 지점을 건드리고 있는지 보여져야 한다. 당장의 제도적 대안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문제를 던지는 방식이 이미 '이것밖에 안돼'여서는 곤란하다. 우리에겐 '가장 현실적인 자세, 그럼으로써 불가능한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4. 
[토론후기] 현실적인 너무나 현실적인 그래도 모르는 현실로
/ 변희재 편집국장
 
 
 아직도 식지 않은 군가산점 폐지에 대한 논의는 그 자체로 군대 문제의 모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나와 토론에 임했던 사람들 역시 이에 대해 무척이나 궁금해 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으로 하여금 군필자들이 별 것도 아닌 3%의 가산점에 목을 매달 정도로 집착하게 만들었는가? 과연 그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나 역시 군복무를 마친 예비역 병장 출신이다. 나는 토론에 나서기 전에 애초에 객관적인 입장은 포기했었다. 철저히 예비역으로서 내가 사회로부터 무엇을 보상받을 수 있을지 이것 저것 따져보며 토론을 하였다. 내가 가장 의아해 했던 것은 여성계의 이런 태도 때문이었다.
 
 "군가산점제를 철폐한다고 해서 여성계가 군복무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을 거부한다는 것은 아니다. 미필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의 다른 보상책을 정부에게 요구하라."
 
 이 말에는 두 가지 어폐가 있다.
 
 첫째. 미필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합리적인 보상이 과연 무엇인가?
 둘째. 그냥 군필자들 스스로 알아서 하란 말인가?
 
 나는 제법 말이 통할 것 같은 진보네트워크 참세상에다 합리적인 보상이 무엇인지 한번 가르쳐달라는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 그것은 단지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던진 질문이 아니라 합리적인 보상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이야기해보자는 뜻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누구 한 명 여기에 대해 답을 해준 사람이 없었다. 그것은 참세상뿐 아니라 어느 언론매체에서도 구체적인 보상방법을 지적해준 사람은 없었다.
 
 기껏해야 의료보험료 감액, 자동차세 감세, 호봉인정 등이 전부였다. 하지만 26개월의 노동강도를 따졌을 때 그런 수준의 보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군필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냥 차라리 어차피 보상은 안 되니까 이제껏 참아왔듯이 참아보라는 말이 더 나을 것 같다.
 
 군가산점 문제에서 우리 읽어내야할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26개월 동안 국가에 착취를 당해오면서 왜 이제껏 누구 하나 나서서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지 않았을까? 90년대 이전까지는 "남자들만의 신성한 의무"라는 표어 하나로 버텨왔을지 몰라도 이미 개인화 분권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전근대적인 국가관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다. 지금 나오고 있는 군필자들의 분노의 근간은 여성을 향한 것이라기 보다는 국가를 향하고 있다고 봐도 괜찮을 것이다. 다만 애초에 그에 대한 보상은 불가능하므로 자신들보다 약간 위에 있어 보이는 이대생들에게 화살을 던지고 있을 뿐이다.
 
 나는 토론을 하면서 군필자와 미필자간의 꽤나 큰 거리감을 느끼게 되었다. 즉 내가 군생활을 하면서 직접 마주친 문제점들과 밖에서 판단하고 있는 군생활의 문제점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것에 대해서는 군생활의 경험을 내세우며 이야기해도 괜찮을 법한데, 여기에도 너무 민감하게 나온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그에 대한 결정적인 원흉은 거의 공상엽기 소설 수준에 가까운 군대의 무용담이 아닐까 한다. 군대 이야기를 하게 될 때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까 미필자들이 과연 군대 26개월이 어떤 것인지 감조차 잡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군가산점 문제가 나오기 전부터 오히려 군대의 긍정적인 면을 많이 부각시키려고 노력했었다. 군대에서 수백 대를 맞았다는 등의 천박한 무용담은 어떠한 생산적인 담론도 끌어낼 수 없으므로 군대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면서 군대를 일단 뭔가 그래도 해볼만 한 곳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여러 사람들이 강조했듯이 군대라는 시스템을 보다 합리적으로 전환시켜보자는 뜻이었다. 비합리성만을 강조해서는 이성에 바탕을 둔 대화와 토론은 불가능하며 그런 측면이 너무 부각되었기 때문에 2개월 동안 에너지 소비만 일삼은 것이 아닌가 하는 진단 때문이기도 했다.
 
 이번 토론이 나에게 도움을 준 것은 나의 현실적인 경험을 넘어서 내가 모르는 현실 세계로도 눈을 돌려볼 수 있는 여유를 얻었다는 것이다. 군대 문제만을 머리 속에 넣고 있어서는 "보상받아야겠다."는 수준 이상의 무언가를 생각해볼 수가 없다.
 
 단지 가시화되지 않았을 뿐이지 미필자 혹은 여성들이 사회로부터 받아야할 보상은 무수히 널려있다. 선후문제는 남겠지만 결국 군가산점 문제 역시 이런 문제들과 함께 사회 보상 시스템이 제대로 잡히는 과정에서 실마리가 풀릴 것만 같다. 통신에서 광적으로 테러를 가하는 사람들 역시 이 쪽으로 한 번만 눈을 돌려보면 합리와 이성을 통한 점진적 해결 방식에 동의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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