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PW       Auto        
<미디어워치> 130호 (PDF 전문)
  [변희재] 백지연 및 이화여대 테러사건
-
+
  Writer : mahlerian     Date : 07-10-08 19:32     Hit : 7605    
  Trackback URL : http://www.skepticalleft.com/bbs/tb.php/sympo_6/5
소개글은 추후에 쓰겠습니다.
 
 
* * *
 
 
백지연 및 이화여대 테러사건
 
 
PC통신이라는 것은 타자만 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매체이다. 그리고 그러한 가치는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PC통신만의 미덕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현상이 장점이 있다면 단점이 있게 마련이고, PC통신의 매체 민주화라는 성격은 사이버 테러라는 무서운 흉기로 돌변할 잠재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오현경 비디오 사건과 더불어 99년 하반기 PC통신을 들끓게 했던 백지연 친자 확인 소동, 그리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군 가산점 문제에 대한 이화여대 폭격 사건도 이런 PC통신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드러내준 해프닝이었다.
 
 백지연 사거에 대해서는 <기자협회보>와 <딴지일보>에서 심층적으로 사실보도를 해주었고, 백지연 자신이 여러 차례 인터뷰에 나가 이런 사이버 테러에 대해 끝까지 싸울 것을 약속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새천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사건 개요를 소개하기보다는 바람직한 통신문화를 재조명하는 차원에서 좀 더 거시적은 안목으로 백지연 사건의 성격을 분석해 보겠다.
 
 지금 당장 그 어느 누구라도 모뎀 연결된 컴퓨터만 있으면 PC통신 열린마당에 글을 올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간단한 홈페이지 제작을 할 줄만 알면 언론사라도 하나 만들 수 있다. 백지연 사건에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할 것은 언론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수 있느냐이다.
 
 올 말에 창간 준비호를 낸[오마이 뉴스](http://www.ohmynews.com)에서는 '전 국민의 기자화'라는 모토를 내세웠다. 누구든지 취재를 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13건의 백지연 관련 기사를 전 통신망과 인터넷에 글을 올린 배부전이라는 자는 [미주통일신문] 발행인이었다. 일단 [미주통일신문]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냥 일반 네티즌이 올린 글이 아니라 언론사 발행인이 올린 글이니까 좀 더 관심을 갖고 보게 되었을 것이다.
 
 나중에 밝혀진 것이지만 [미주통일신문]은 그냥 배부전 개인이 만든 개인 홈페이지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을 보도한 [스포츠 투데이], [KBS]등에서는 그냥 <미주통일신문>발행인이라 배부전을 소개하였기 때문에 그 보도만 접한 사람들은 <미주통일신문>이 뭔지도 모르고 '어느 정도 공신력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은 단지 배부전 개인의 책임만은 아니다. 기존의 언론매체에서 이런 식의 보도관행은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 스포츠 신문에서 연애인의 사생활을 들추어서 근거없는 추측성 보도를 재탕 삼탕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기존 정론지라 불리는 언론사에서도 중요한 정치적 사안을 드라마식 구성으로 선정적인 보도만을 일삼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비판할 거리도 안 된다.
 
 다만 그렇게 비판할 거리가 안 되니까 가만히 있었다가는 언제 누가 이런 일을 겪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 최소한 이왕 터진 김에 끝까지 한번 해보는 방법이 최선의 대책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백지연이 아들의 인권이 위협받는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무려 다섯 건의 소송을 제기하면서까지 끝까지 매듭을 짓겠다는 태도는 그래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일단 이 글에서는 네티즌들의 사건 위주로 다루기 때문에 기존 언론의 보도 관행에 대해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그것은 오현경 사건에서 충분히 다루었다. 이 글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지점은 왜 언제나 PC통신의 폭력성은 적당히 사회적 지위를 갖추고 있는 여성들에게로만 향하느냐는 것이다.
 
 PC통신의 여론형성은 대개 헤쳐 모여의 방식이다. 자기들끼리 이것 저것 하고 있다가 일정한 사안이 발생하면 순간적으로 모여든다. 그리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조용히 사라진다. 일이 마무리되든 안 되든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조선일보]의 최장집 죽이기 사건 때, 각 통신망 플라자라에 줄기차게 붙었던 [조선사절]이라는 말머리는 언제인지 모르게 사라졌다. [조선일보]가 그 문제에 대해서 사과를 한 것도 아니고 [조선일보]의 발행부수가 뚝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더구나 [조선일보]가 강준만 교수와 정지환 기자에 대해 승소를 하였음에도 각 통신망 플라자란에서는 이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데 PC통신에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줄기차게 네티즌들의 관심을 끄는 문제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을 고르라면 98년도의 이승연 불법면허 취득 사건, 오현경 포르노 사건, 백지연 사건, 그리고 이번에 터지고 있는 군필자 공무원 시험 가산점 위헌 결정이다.
 
 이 네 사건들의 공통점은 이승연, 오현경, 백지연, 그리고 이화여대라는 꽤나 잘나간다는 여성과 관련된 사건들이라는 점이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 할 정도로 정말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군 가산점 폐지 문제 때문에 이화여대 통신 동호회는 아예 마비가 될 정도이다.
 
 플라자란이나 이화여대 통신 동호회에 올라오는 글의 폭력성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민망할 정도로 수준이하이다. 그럼 도대체 왜 이럴까? 내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조선일보]의 승소, 정형근의 정치 말아먹기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라 생각하고, 우리가 더 관심을 갖고 정말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할 사안임에도 대충 하다 때려치면서 유독 좀 잘나가는 여성 문제만 나왔다하면 한국인 특유의 단결력을 보여주냐는 말이다. [문화일보] 1999년 9월 2일자에 실린 여성문화예술기획 대표 이혜경씨의 글이다.
 
  우리 단체에서 극장을 운영할 때 극장 이름을 "마녀"라고 하였다. 남성 중심 사회에선 여성이 특별한 재능이 있을 때 그것은 사악한 힘이 사주한 사악한 능력이 되고 만다. 그렇게 평가되면 가부장적인 질서에 순응하는 요조숙녀가 되느니 차라리 마녀가 되자, 나쁜 여자인 팥쥐가 되자, 차라리 사악한 여자 "마녀", 나쁜 여자인 "팥쥐"를 자기 정체성으로 삼아 억압적이고 편파적인 남성중심 사회로부터 독립적인 인격으로 다시 시작하자. 마녀들끼리, 팥쥐들끼리 서로 힘을 주고 격려하면서 팥쥐들의 행진으로 21세기를 열어가자.
 
 이 글은 백지연 사건 때 보인 여론의 폭력성을 비판한 글이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통신공간 내에서의 이화여대 폭격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다. 형태는 다르지만 백지연 사건과 이화여대 폭격 사건은 본질적으로 같다는 말이다.
 
 이 부분에서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백지연 사건은 아직 판결이 나지는 않았지만 루머라는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그리고 군 가산점 문제는 위헌 판결이 내려졌지만 아직까지 찬반논쟁이 한창이다. 나는 백지연 사건의 진위여부라던지, 군가산점 문제의 헌법적 타당성 여부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왜 이런 문제에 대해서만 네티즌 및 기존 언론사에서 정도 이상의 집착을 보이고 있냐는 것이다. 백지연 사건은 판결이 나올 때까지 다들 가만히 입 다물고 있으면 되는 문제였다. 실제로 프랑스 같은 곳에서는 판결이 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는 각 언론사들이 엠바고(보도중지)를 거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공연히 피해보는 사람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군 가산점 문제는 우리 시대에서 군대란 무엇이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2년을 나라에 바친 사람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 보상을 할 수 있을지 차분히 따져봐야할 문제이다. 그런데 이렇게들 벌떼처럼 몰려서 소리만 지르고 있으니 정작 중요한 논의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리고 이런 일이 대개 사회적 위치로서는 강자이지만 성적으로는 약자인 여성과 관련된 문제에서 많이 벌어지기 때문에 이혜경씨 같은 사람은 차라리 마녀가 되자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여론 형성에서는 마무리 부재가 가장 큰 문제이다. 중요한 사건에서는 한 달 이상 논의가 지속되지 않고 여성, 관련 문제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기는 하는데 공연히 피해자만 양산해 내고 그 뒷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 대로 통신 여론의 가치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기존 언론에서 보여주지 않는 좀 더 성숙한 자세로서 특급 마무리의 역할을 해줘야지 PC통신 여론이 기존 언론의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Archive에 남겨주신 mahlerian 님의 최근 포스트 MORE▶
[tailspin] 왜 여성계는 군가산점 문제에 사활을 거는가?
[tailspin] 류동민 교수님께
[tailspin] 한겨레 컬럼을 읽고
[tailspin]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디벼봅니다
[tailspin] 딴지일보! 정신차려라!

No Subject writer Date Hit
예비역 차별 문제를 다루는 토론방겸 자료방입니다. ChiefEditor 10-08 5386
13 [tailspin] 왜 여성계는 군가산점 문제에 사활을 거는가? mahlerian 10-11 8981
12 [tailspin] 류동민 교수님께 mahlerian 10-11 7193
11 [tailspin] 한겨레 컬럼을 읽고 mahlerian 10-11 7255
10 [tailspin]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디벼봅니다 mahlerian 10-11 6377
9 [tailspin] 딴지일보! 정신차려라! mahlerian 10-11 7453
8 [tailspin] 헌재판결문을 해부한다! - 2 mahlerian 10-11 5646
7 [tailspin] 헌재판결문을 해부한다! - 1 mahlerian 10-11 5669
6 [변희재] 월장 토론회 이후, 아직도 남은 이야기 mahlerian 10-11 6168
5 [변희재] 벽을 넘어, 월장 그 이후를 이야기하자 mahlerian 10-11 5819
4 [변희재] 군가산점. 3%의 상징, 3%가 부족할 때 mahlerian 10-08 5962
3 [변희재] 군가산점 문제, 차분하게 생각해보자 mahlerian 10-08 6105
2 [변희재] 백지연 및 이화여대 테러사건 mahlerian 10-08 7606
1 예비역 차별 문제를 다루는 토론방겸 자료방입니다. ChiefEditor 10-08 5386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 의료일원화국민연대 healthlog 데일리안 광주.전라 빅뉴스 미디어워치 柱, 나는 사실을 존중한다 한국무신론자 모임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교 TED the skeptic's dictionary 한글판 the TalkOrgins Archive 한글판 Quackwatch 한글판 COUNCIL for SECULAR HUMANISM the Brights CSI RICHARD DAWKINS.net (주)시대정신 조갑제닷컴 하종강의 노동과 꿈 사회디자인연구소 공공경영연구원 김경재닷컴 skyang.com
김치애국주의 미디어워치

   About Us   |   FAQ   |   Terms Of Service   |   Private Policy   |   Sit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