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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워치> 130호 (PDF 전문)
  [변희재] 군가산점 문제, 차분하게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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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er : mahlerian     Date : 07-10-08 19:32     Hit : 7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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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은 추후에 쓰겠습니다.
 
 
* * *
 
 
군가산점 문제, 차분하게 생각해보자
 
 
 1. 왜 이렇게 답이 안 나올까?
 
 헌법 재판소의 가산점 제도 위헌 판결이 난 이후 전 통신망과 언론사에서는 이에 대해 끊임없는 논의가 지속되있다.. 대자보 역시 29호 기획특집에서 이 부분에 대해 언급을 한 적이 있었다. 네티즌들은, 기득권 세력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 특히 이화여대에게 대단히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여기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통신상에서 여성 비하적 폭력적인 언사를 마구잡이로 퍼붓는다는 것은 네티즌 전체가 반성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그런 사람들은 한쪽으로 밀어놓겠다. 그 사람들 때문에 토론이 안 된다면 그 사람들을 제외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끼리 군가산점 문제를 너머 군대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파고들어야겠다는 것이다.
 
 이런 작업이 되지 않으니까 아무리 치고 박고 욕하고 싸워도 언제나 답은 나오지 않게 되어있다.
 
 
 2. 무슨 문제가 터진 걸까?
 
 헌재는 애초에 군복무를 할 수도 없는 여성과 장애인 등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도 없을 정도의 가산점을 군필자에게 부여하는 바람에 기본권이 침해당한다는 차원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실제로 1998년 7급 공무원 일반 행정직 합격자 중 72%가 군가산점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합격점이 80점을 넘는 상황에서 5점의 가산점을 따라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단적으로 증명해주는 통계일 것이다.
 
 개별 사안으로 나누었을 때 이 문제만 따진다면 여기에 반대논리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통신망에서 논의되고 있는 지점은 그게 아니다. 이제껏 잠재되어있던 평등징집제의 모순점 두 가지가 한꺼번에 폭발해버린 것이다. 지금 쪼존한 남자들의 밴댕이 소갈머리식의 반발은 이 5%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첫째. 군가산점이 폐지된다면 도대체 무엇으로 군복무를 보상해줄 것인가?
 둘째. 군가산점을 못 받아서 불이익을 당한다면 군대에 가면 될 것 아닌가?
 
 이 두 가지 사안으로 압축된다. 민주노동당의 여성위원회에서는 국민회의가 헌재의 판결을 뒤집고 군가산점제를 존치하자 여기에 대해 비판을 하면서 이런 주장을 하였다.
 
"정부는 이번 위헌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모든 국민의 평등권이 보장되는 가운데 강제징집으로 인한 피해를 국가적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보상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도 아마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하나 따져보자. 과연 평등권이 보장되는 가운데 강제징집으로 인한 피해를 합리적으로 보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겠는가?
 
 멀쩡한 사람을 26개월 동안 강제복역을 시켰다. 그것도 한 달에 만 원 정도의 월급만 주면서. 여기에 대해서 보상을 해주자는 것이다. 무슨 수로? 아니면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한 달에 100만원씩 60만 명의 장병들에게 지급하려면 1년에 6조원의 추가예산이 필요하다. 그리고 만약 소급적용까지 하여 전 예비역 장병들에게까지 다 보상을 해주려면 아마 GDP 정도는 가뿐하게 넘어설 정도의 예산이 필요할 것이다. 애초에 돈으로 보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여성계에서는 대개 이렇게 주장한다.
 
 "정부에게 보상을 요구하라."
 
 하지만 정부가 숨겨놓은 돈이 없는 이상 정부의 돈은 곧 국민의 세금이고 결국 보상이란 국민들이 해주게 된다. 국민의 세금을 더 거두어서 그 돈으로 군필자들에게 보상을 해주어야하므로 결국 제로섬 게임의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돈으로 하지 않는다고 치자. 그렇다면 호봉산정으로 해야하는데 현재 정부가 군사정권식으로 민간기업에게 호봉을 인정해주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상태이다. 그러니까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호봉을 인정해주는 곳엔 세금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가산점까지 포함되었기 때문에 여성계에서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가산점을 제외한다면 민간기업에 호봉을 인정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세금혜택을 준다는 것에 여성계는 찬성할 것인가?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민간기업에 호봉혜택을 주는 것으로 과연 예비역 병장들에 대한 보상이 근본적으로 이루어지는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한다. 더구나 최근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연봉제를 택하고 있으므로 호봉제를 도입하는 기업의 수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단지 민간기업뿐 아니라 전사회적으로 보상을 해줘야지 그게 근본적인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장학금을 복학생에게 우선적으로 지급하겠다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것은 따지고 들어가면 교육의 평등권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또 하나 예를 들어보자. 군필자들을 우선적으로 취업교육을 시키고 창업자금을 지원한다는 대책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도대체 누가 더 취업이 어려운가? 군필자인가 여성인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정부에서 취업이나 창업지원을 한다면 여성을 밀어줘야지 군필자를 밀어줄 게 아닌 것 같다.
 
 어떠한 보상을 하더라도 결국 여성 및 미필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으며 정말 근본적인 보상을 한다면 한국은 군 출신들이 사회를 장악하며 정부의 재정이 파탄날 것이므로 보상은 불가능하다라는 점이다. 타협점이 잡힐 수야 있겠지만 그 타협점은 100을 보상해야하는데 1정도의 보상에 그쳤을 때야 가능할 것이고, 보다 큰 문제는 군필자들이 여성에 비해 약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원초적으로 남성만 군대에 갈 수 있게 해놓았기 때문에 어떠한 보상조치를 취해도 불평등의 소지를 낳게 된다.
 
 
 3. 그럼 군대에 가라.
 
 군가산점이 위헌의 소지가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여성에게는 애초에 군에 복무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헌법에서는 여성도 원한다면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KBS 길종섭의 쟁점 토론에서 바로 이 문제가 부각되었다. IF의 편집위원 김신명숙과 한양대 법대생이자 예비역 병장인 방청객과 짧은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김신명숙 : 남자들이 군대 간 것에 대해서 애국했다고 하는데 꼭 군대가는 것만이 애국은 아닙니다. 여자들도 사회에서 나라를 위해서열심히 일합니다. 그러니까 여자들도 국방의 의무를 하는 겁니다.
 
방청객 : 군인이 되어 나라지키는 것만이 국방의 의무는 아니라고 했죠? *저도 총 대신 책을 잡고 싶었습니다. (*남자 역시 편하게 사회에서 일하면서 애국하고 싶지만 병역은 의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군대가 갈 수밖에 없었다는 뜻.)
 
김신명숙 : 그래서요?
   
 지금 통신상에서는 '그래서요' 파문이 일고 있을 정도이다. 왜 남자들만 애국하기 총을 잡아야하는지에 대해서라면 아마도 훈련 도중 대부분의 군인들이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즉 남자들이 술자리에서 흔히 말하던 "군대 안 가서 손해 봤으면 가면 될 것 아닌가?"라는 불만이 이제 공적인 통로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여성계에서 정부가 남녀대결로 몰고 가려고 한다고 비판하기는 하지만 사실 군역 의무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결국 남녀 문제로 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그럼 여성이 군대를 가면 될 것 아닌가? 김신명숙은 [대한매일]에 이렇게 글을 썼다.
 
 남성들은 2년 몇개월의 피눈물나는 군대생활을 너희 여자들이 이해할 수 있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출산과정의 고통과 완전히 무력한 한 생명을 탈없이 키우기 위해 최소 수년간 자유로운 자신의 삶을 유보당해야 하는 여성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는가?‘군생활로 머리가 녹슬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는 그들과 육아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힘들게 쌓아온 직업경력을 포기해야 하는 여성들 중 누구의 불이익이 더 클 것인가?([대한매일], 1월 6일자)
 
 사실은 이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럼 이제껏 국가의 미래를 위해 당연히 투자해야할 출산 및 육아에 대한 보조가 전무했던 사실이 그냥 묻혀버린다. 똑같은 논리로 "너희는 군대 안 가잖아."라고 말한다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실제로 여성 중에서도 군복무와 출산을 연계시키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4. 전 국민이 군대에 가야한단 말인가?
 
 전체적인 형평성으로 따졌을 때 여성이 군대에 가지 않는다고 해서 특별히 대단한 이득을 취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여성 내에서도 상층 계급이 있고 하층 계급이 있을 테니 딱 잘라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화여대가 집중공격을 받는 이유는 아마도 군필자들은 이화여대생들을 자신들보다 사회적 강자로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게거품 물고 있는 남성들이 취업도 안 되고 생계유지도 안 되는 여성들에게 화살을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왜 나보다 잘 먹고 잘사는 여성이 있는데 나만 군대가?"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럼 대안은 아예 이런 불만이 안 나오도록 남성이고 여성이고 가리지 않고 전국민을 군대로 보내는 것일까? 군조직이 사회에 미치는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국가 전체를 위해서도 그런 방식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차라리 독일식으로 군입대 전형을 아주 다양하게 했으면 좋겠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적성과 아예 맞지도 않는 분야에서 26개월이라는 세월을 보내야하는 단세포적인 징집방식이다.
 
 만약 모병제로의 전환이 먼 미래의 일이라면 일단 장애인을 제외한 전국민이 군대에 갈 것 까지는 없다 하더라고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다해주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이다. 최전방의 경우에는 18개월, 후방은 26개월, 공익근무는 30개월, 봉사활동은 5년 정도(일주일에 2시간씩)이렇게 차등화시켜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의 군복무를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여성도 포함되어야 한다. 여성의 지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이 문제는 언젠가는 터질 시한폭탄이었다. 그렇다면 이것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면서 어떻게 하면 군복무로 인한 지출되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해 여성계도 같이 참여하는 것이 헛돌고 있는 감정적 싸움을 변화시킬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5. 제 3부문
 
 제레미 리프킨이라는 미국의 경제학자는 [노동의 종말]이라는 책을 통해 지금과 같이 효율성의 극대화만 추구하다가는 전산화로 인해 노동이 필요없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경계하였다. 노동이 필요없는 시대라는 것은 무릉도원이나 파라다이스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과 기술을 보유한 특정 계급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
 
 리프킨은 그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와 기업이 아닌 제 3부문, 즉 사회봉사활동 영역의 활성화를 들었다. 정부에서 이쪽 부분에 대해 재정을 확충하여 도저히 기계나 컴퓨터가 대신할 수 없는 인도주의적 활동을 경제활동으로 인정해주자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볼 수가 있다. 사회봉사활동이라는 것에 어떠한 인센티브를 주면서 국민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면 어쩌면 불가능한 프로젝트라 평가되는 제3부문의 활성화도 가능하게 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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