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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워치> 130호 (PDF 전문)
  식량이 '무기화'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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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er : 서일     Date : 06-10-10 23:32     Hit : 12039    
  Trackback URL : http://www.skepticalleft.com/bbs/tb.php/sympo_2/64
한-미 FTA 협상을 목전에 둔 지금, 주요 농민단체들이 농업보호의 근거로 내세우는 '식량무기화론'을 비판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식량무기화론을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과연 식량무기화론은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이론인가? 식량무기화론이 제기하는 주요한 세 가지 측면을 검토해보면  유감스럽게도 답은 '아니오'다.
 
첫 번째로, '종속'의 측면을 살펴보자. 식량무기화론자들은 미국계 곡물메이저의 담합 혹은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인해 식량 특히 주식인 쌀의 공급이 좌지우지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사실 세계 쌀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현재 세계 쌀 수출 1위에서 5위까지의 국가는 순서대로 타이, 베트남, 중국, 인도, 파키스탄이다. 더욱이 우리가 주식으로 하는 '자포니카' 종은 중국, 이집트, 이탈리아, 일본, 호주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또 생산이 가능하다. 미국이 우리의 식량줄을 틀어쥐고 마음대로 내정간섭을 한다는 상상은 정말로 '상상'일 뿐이다.
 
두 번째로, '가격'의 측면을 살펴보자. 식량무기화론자들은 농업이 개방되면 거대 독점기업들이 제멋대로 가격을 올릴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역시 식량무기화론자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몇 가지 예만 살펴보자. 우리는 이미 몇 가지 곡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밀의 99%, 보리의 93%, 콩의 75%가 수입산이다. 식량무기화론자들의 논리대로라면 이들 곡물의 가격이 폭등해야 마땅하다. 우리 농업이 밀, 보리, 콩을 수요만큼 생산할 능력이 없으니 외국의 거대자본들이 마음껏 폭리를 취해도 속수무책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일은 없다. 식량무기화론자들은 결정적으로 잘못된 가정을 하고 있다. 세계 농업 시장은 독점시장이 아니다. 실제로 80년대 이후 세계 시장에서 농산품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세계 농업 시장이 몇몇 거대 외국기업이 마음대로 폭리를 취하는 독점시장이라면 어떻게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까? 식량의 상당부분 혹은 대부분을 수입하는 나라가 한 둘이 아닌데 말이다.   
 
세 번째로, '안보'의 측면을 살펴보자. 식량무기화론자들은 만약 전쟁이 벌어져 곡물수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재앙이 닥쳐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식량무기화론이 전혀 현실을 설명하지 못 한다는 것이 이 점에서 더욱 명명백백히 드러나고 만다. 대포, 미사일, 탱크, 전투기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소총의 총알까지 모두 수입산 원재료로 만들어지고 있다. 비록 우리나라에 세계 4위의 철강기업인 포스코가 있어도 철광석같은 원재료는 전량을 수입에 의존한다. 식량이 무기화될 수 있다면, 어째서 철광석은 무기화될 수 없는걸까? 외국이 식량줄을 틀어쥐는 것을 그렇게 두려워하는 식량무기화론자들은 어째서 진짜 '무기'를 만드는 원재료의 '무기화'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걸까? 만약 식량무기화론이 진실이라면, 우리가 '안보'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아마도 제국주의 밖에 없을 것이다.
 
식량무기화론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론이다. 더군다나 현재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일시적으로 진보적인 구실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깊이 따지고 보면 진보적이라 할 수도 없다. 식량무기화론자들은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 강대국에서 농업을 보호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우리도 농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작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바로 그 강대국들이 자국 농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급하는 2,300억달러의 농업보조금이 최빈국 농민 수 억명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량무기화론자들은 미국의 힘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고, 우리나라의 힘을 지나치게 축소해석한 나머지 그릇된 결론에 다다르고 말았다. 미국은 강대하고 종종 횡포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슨 일이든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도요타, 현대자동차 등 외국 회사들의 추격으로 GM을 비롯한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위기를 겪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들 멋대로 외국 자동차 회사들을 시장에서 축출할 수는 없다. 식량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휴머니즘에 기반하고 있을지라도, 현실과 맞지 않는 이론이 종종 있다. 식량무기화론이 바로 대표적인 예다. '식량무기화론'은 재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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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이 '무기화' 될 수 있을까? (12)
서일   06-10-10 23:33
지난 4월 27일 인터넷 한겨레 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하킴   06-10-11 00:19
이 글 정말 잘 쓰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제가 작년인가 그냥 취미로, 만일 우리나라 영농보조로 나가는 돈, 정부에서 책정해서 나가는 돈이 얼마인가, 그 돈으로 미국에다 땅을 사서, 농사를 지으면 어떨까 생각한 적이 있지요.  자연조건이 우리나라는 농업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해서 말이지요.  다음이 그 때 얻은 값입니다.

1. 한국 쌀 생산량 - 5 million metric ton (현재 필요량의 20%만 생
산하고 있네요.)
2. 미국의 쌀 생산 Efficiency - 2.6 metric ton/acre
3. 5 million ton 을 생산하기 위한 미국의 경지면적 - 2 million
acre
4. 경지면적 매매가  - 2 million acre x $4,000 = $8 billion.

한국 정부 예산을 보면,
1. 쌀소득 보전 예산액 - 8300 억원 = $830 million.
2. 후계 농업경영인 육성 - 700억원 = $70 million.

다시 말하면, 미국 땅 살 수 있는 돈의 10%를 매년 지불하고 있고, 1%를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에 쓰고 있네요...
오돌또기   06-10-11 11:47
서일/ 농수산물에 대한 보호장벽이 빈국의 인민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 공감합니다. 일본이 빈국원조 측면에서 꼴찌를 한 배경 중의 하나가 농산물 보호장벽이 너무 높다는 것이더군요.

가격변동 리스크에 민감하다면 시카고 곡물선물시장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같네요.

하킴/ 미국에서 사먹는 한국 브랜드 쌀도 실제로는 다 캘리포니아쌀이지 않나요? 종자는 한국쌀이라도. 궁금한 것이 그 미국에서 파는 한국쌀(?)은 누가 경작해서 파느냐는 거죠.  미국 사는 한국농민일까요?

미국 농지를 사 버리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고, 가까운 베트남 농지를 사 버리는 것도 멀지 않아 좋을 것같네요.
쇼우단   06-12-20 11:15
글쎄요. FTA를 한 결과 농업이 완전 망하다시피한 멕시코의 사례가 더 와닿네요.  뽀띠야라고 하나요? 멕시코의 옥수수로 만든 빵...  TV에서 본 바로는 FTA이전보다 10배가 올랐더군요.  멕시코 농민들이 완전 망하고, 미국의 카길의 옥수수에 거의 100% 의존하게 된 시점에서 뽀띠야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기 시작했다는 군요. 
 하지만 정작 그 시점에서는 카길이 뽀띠야에 쓰이는 옥수수의 유통 경로를 100% 장악, 멕시코 농민은 뽀띠야가 올라도 옥수수 농사에서 얻는 이익은 아무것도 없게 됐답니다.

 콩같은 98%를 수입하는 작물이 우리나라에서 아직 폭등하지 않은 이유는 이것이 주식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카길의 손이 미치지 않는 중국이 있죠.  무엇보다 중요한게 카길같은 기업이 아직 한국의 유통경로를 장악하지 못했습니다.

 FTA를 해서 만일 농협이 무력화되고, 카길이 유통경로를 장악하게 되면 그때는 정말 게임의 규칙이 달라지는 겁니다.  카길이 완전히 가격 결정권을 손아귀에 쥐는 거니까요.

 식량 무기화는 전혀 근거없는 걱정이 아니라고 봅니다.  중요한 건 유통경로입니다.  FTA는 식량 유통 경로를 미국 회사가 장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demonic   07-11-17 21:59
저는 나이어린 학생이라서 잘  모르는게 많은데요...
농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실질적인 체감'이랄까?.
이론적인 부분으로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물론 점점 세계화가 되가고 있지만,지금도 우리 농업이
휘청거리고 있는 데, FTA로써 더 붕괴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이...
물론 우리 농산물들의 경쟁력을 높힘으로써 다른 나라의 것과
경쟁에서 살아 남으면 된다,어차피 자유무역화되가고 있다,
하지만...농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젊은 피가 아니잖아요.
그저 평생을 농사만 하신 분들이 많습니다.나이 드신 분들은 당신들만의 방법을 계속 추구하시더군요...
근데 하도 기술이 발전하다 보니,평생을 농사하신 분들의
노하우가 효울성의 측면에서 밀려요.
전 국가적으로 농업에 투자해서,농사에 종사하신 분들을
교육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도 괜찬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기술을 많이 도입하면,효율성도 높아지잖아요.
그리고
국가에서 세금걷어서 농업 보호 차원이다,하며 돈이 나가지만..
저희 할아버지가 농사하시는데,별로 나아진게 없는 것 같아요.
장마한번 오면 완전...//

아..죄송합니다.주제와 맞지도 않는 잘 말들을 올렸군요.//
여기 글쓰시는 분들이 워낙 글을 잘 쓰시기에 감히 저도
글을 올려봅니다.
buendia   08-01-04 02:03
buendia.egloos.com 에 하킴님 덧글을 좀 빌려가도록 하겠습니다.
진리의근원   08-01-04 02:31
하킴님 말씀에서 틀린 것 하나 찾지 못하겠습니다만 결국 문제는 demonic님이 말씀하신 '농업의 붕괴'아닐까요?  농업보조금이 미국에서는 부유한 농장주famer를 위해 쓰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는 농민이 가난한 사람들이니까요. 물론 저도 해답은 모릅니다. 단지 '식량무기화론'이 틀렸다해서 농촌의 존재가치가 부정당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하킴   08-01-04 02:39
진리의 근원/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많아요.  농업보조금을 주는 것은 결국 복지정책이다.  근데, 영농후계자 육성으로 덕을 보는 젊은이들은 뭐 그렇게 복지정책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아닌 것 같은데..  쌀농사는 확실하게 포기하고 그 돈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경쟁가능한 다른 영농사업에 돈을 주고, 또 농촌노인들을 위한 복지정책에 돈을 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농민이든 자영업자이든지,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그 발전에 의해서 희생되는 계층의 사람들이 진행되는 자본주의의  마차를 탈 수 있게 도와주거나, 아니면 적어도 복지정책을 펴서 그 마차에 깔려 죽지 않도록, 생활고로 고생하지는 않게 정부에서 해줘야하는 것은 저도 적극 찬성인데요, 그렇다고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쌀농사를 도와주는 건, 잘못된 것 같습니다..
진리의근원   08-01-04 03:02
하킴님/

물론 님의 말이 원론적으로 틀리지 않습니다만 우리나라는 정말 시골에 젊은이(20~40세)가 없습니다. 적어도 면소재지 이상되어야만 젊은이가 있고 이들은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지 않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농업인구의 재교육'이 사실상 어렵다 이 뜻입니다. 즉 신발산업이 사양화됬을 때 답은 그 노동자들을 재교육해서 다른 직업을 얻게 한다가 정답이지만 농사짓는 노인을 재교육하기는 많이 힘들지 않을까요.

한마디 부언하자면 저 역시 하킴님처럼 농업, 특히 쌀농사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그들이 연착륙하기가 어렵다고 생각을 한다는 뜻입니다.
하킴   08-01-04 03:24
진원님/

농사짓는 노인들에게 주는 복지정책이 무엇이 있을 수 있나..고민해야 하는 문제이겠지요...  뭔가 재교육을 시켜서 새로운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건, 쌀농사 말고, 주말농장 관리인이 될 수도 있고, 수도권이면 탁아 보모같은 걸 할 수도 있고..  노인센터가 있어서, 직장여성들이 여기에 아이를 맡기고 갈 수 있고, 뭔가 연계가 될 수도 있고..  노인들 교육시켜서 콤퓨터 프로그래머할 수야 없지 않냐?  이런 얘기 많이들 하는데, 콤퓨터 프로그래머하는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 일들도 많지 않겠어요, 생각을 해보면?  적어도 발상이 복지정책으로 바뀌면, 노인들이 뭘 하기를 원하는지도 서베이를 해보고, 노인들 복지정책이 뭐가 있는지도 알아보고... 

매년 9000억원을 농업인구 복지정책으로 쓴다고 하면, 할 거 많지 않겠어요?  미국에는 거의 모든 도시마다 시니어센터라는 것이 있어서, 노인들이 모여서 콤퓨터 교육도 받고, 수다도 떨고, 운동도 하고 그러는 센터가 있는데, 확실하게 복지정책으로 발상을 전환해서 하는게, 농업보조해준다고, 그 기력떨어지신 양반들이 젊은이도 없이 농사 짓느라고 고생, 돈 안되는 거 하느라고 고생...  참 안스럽습니다, 이래 저래..
Paul   08-01-22 19:24
저는 이 글의 전체적인 논지에 절반은 찬성이고 절반은 반대입니다. 반대의 이유를 지금부터 말씀 드리지요.

먼저, 미래의 세계 식량 사정이 안정적이라고 전망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지요. 천재지변이나 기후상황의 변화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몇 년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이 상당히 올랐는데요, 여기다 수급불균형과 투기자금의 가세 등이 더해져 상황은 악화일로입니다. 최근의 우리나라도 이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죠. 지금의 상승폭은 능히 ‘곡물인플레’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제는 원유처럼, 곡물도 국가비상사태를 대비해 적정수준을 확보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원유가격이 하락했을 때는 가격상승이 예상되는 곡물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늘었지만, 지금은 동반상승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전세계적인 원자재의 등귀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식량은 무기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글 쓰신 분은, 한미 FTA와 쌀이라는 요소들을 임의적으로 적용시켰다가 적용시키지 않는 등의 변칙적인 방법을 쓰고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결론이 도출되는 것뿐입니다. 물론 미국의 쌀 생산량과 수출량이, 자유무역지대 형성 후에라도 우리의 쌀 소비를 위협할 요소가 되지는 않겠죠. 하지만 쌀의 주요 수입대상국인 중국이 자체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점진적으로 수출을 줄여나가고, 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옥수수 ∙ 밀 ∙ 콩 등이 시장을 본격적으로 잠식해 들어갈 경우 이중적인 문제를 떠안게 됩니다. 주식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쌀의 공급이 불안정해지고, 대체곡물의 수급마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식량안보의 측면에서 더욱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글 쓰신 대로 농산물의 가격폭등은 예상할 수 없습니다만 식량안보를 주장하는 사람들 역시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주장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식의 일방적인 무역테러가 일어난다는 가정은 핵전쟁에 버금가는 상상일 뿐이죠. 다만, 식량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서 국내의 안정적인 공급 경로 및 해외에 안정적인 수입 경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상식에 의거할 경우 가격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는 타당합니다. 더구나 현재처럼, 모든 곡물의 가격이 폭등하지만 정부가 어떤 근본적인 대책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더욱 설득력을 지니게 되죠. 그리고, 세계곡물시장은 독점시장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대메이저들의 존재가 눈에 쉽게 보이지 않을 뿐이지만, 농업생산물의 가공과 그것을 소비하는 측면에서는 그들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게다가 콘아그라 ∙ 카길-몬산토 ∙ 노바티스-ADM들이 이전과는 독과점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있는데, 시장을 완전히 재편하고 나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지 사뭇 걱정입니다. 이제는 농업생산의 여러 재료와, 그것을 판매하는 시장을 제공하는 역할을 뛰어넘어 그것들의 가격이나 판매조건까지 결정하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아마 확실히 그들 곡물메이저들의 위력을 실감하게 되겠죠.

그리고 마지막(셋째)의 비유도 좀 이상합니다. 무기의 재료원을 하나하나 확보해서, 국내에서 조립한 다음 런칭시키는 나라는 거의 없죠. 대부분 완제품을 삽니다.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는 나라들 역시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전의 특성상, 규모가 커지면 승리가 아닌 공멸입니다. 군사력도 시장에 빗대어 보면, 독과점체제인 것이지요. 하지만 식량이란 것은,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에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순간순간에도 식량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국가안보의 측면에서도, 무기자체의 확보보다 식량보급이 더 중요합니다. 전사(戰史)를 통틀어봐도 장기전으로 돌입한 경우 보급문제로 결국 패배한 사례가 압도적이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전면전이 드문 현재의 세계체제에서도 식량확보의 실패로 인해 불이익을 보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식량무기화론은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방의학(파국적 결과에 대한 도래가능성을 추산하여, 예방대책의 편익과 비용을 고려한 다음 예방대책수립을 결정하는 것)을 지지하는 입장에서도,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저는 한미FTA를 찬성합니다만, 이 식량무기화론에 대해서 글 쓴 분과 같은 태도를 취할 수는 없군요.
picket   08-07-06 04:49
우루과이 때부터 농촌에 돈만 퍼주지 정부가 주도하는 그럴싸한 정책이 없었다는 게 고질적인 문제 아니었던가요?

농촌인구는 마을에서 막내가 50대 후반입니다.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자연적으로 영농인구는 소멸에 가깝게 줄어듭니다. 자연스러운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지는데 오히려 적극적인 영농인 육성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지.

원래 곡물장사는 '흉년'에 떼돈을 벌지요. 수요의 가격탄력성 때문에. 곡가 폭등은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고, 그 피해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미국과 같은 나라들도 곡물 생산 증대에는 한계가 있다고 하며, 제3세계 농업은 기반이 무너지고 있으니 결국 곡물생산은 제자리이거나 하향곡선을 그릴 것이며, 반면 곡물 수요는 증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한 것 아닌가요?

해외곡물생산기지는 경제성과 정치상황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라고 하네요.


"1972년 세계 식량파동 때 국제 쌀값이 367%가 상승하여 비싸게 수입한 예가 있고 1980년 냉해를 입었을 때 미국 카길사에서 쌀을 사오면서 세계 곡물가격의 3배나 주고도 향후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쌀을 수입하겠다는 부당한 계약조건으로 쌀을 들여온 예가 있다." - 전농 정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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