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신규 교수님이 2003년 8월경 개혁당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앞으로 남한 경제정책의 근간이 어떻게 자여져야하는가에 대한 큰 줄기를 제시해준 좋은 글이라 추천드립니다. FTA 와 관련해서도 진보진영에서 이런 쪽으로 대안을 만드는데 중지를 모아갈 수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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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나온김에: 국제자본과 민족노동
지난 97년 경제위기를 헤쳐나가려고 김대중정부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 외국자본유치정책을 펴 나가고 있을 때, 수구세력과 국내극좌파 민노당세력은 총단결해서 이 정책을 "나라를 팔아먹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것은 무책임하고 무식한 주장이었지만, 국내에서 제대로 된 비판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DJnomics 에 대한 변호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skyang 이 말지에 기고한 DJnomics 특집시리즈와 경제와사회에 기고한 지식경제와 벤처노동이라는 논문에서 외롭게 이 일을 했지만, 이외에 국내에서 이 문제가 심도있게 다루어진 적이 없다.
아직도 수구세력은 박정희식의 "황국기지 자본주의화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극좌파 세력은 한쪽은 주체사상의 "자립경제론," 다른 한쪽은 박현채 선생의 "민족경제론," 다른 한쪽은 스탈린식의 "탈자본주의 일국사회주의, 국유화론" 등 허황된 이론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기 때문에, 현 자본주의 단계나, 세계 경제의 흐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헛소리를 해 댄 것이다.
문제는 국내 개혁세력인데, 이들 역시 새로운 경제비전을 제대로 가지지는 못했고, 특히 자본주의의 전지구화 단계에 대한 이해가 천박해서 막연한 세계화나 시장경제화 등, 월 스트리트에서 이야기하는 내용만을 반복했지, 남한같은 나라에서는 무엇을 해야할 것이냐에 대한 올바른 전망을 세우지 못한 잘못도 있다.
그럼 세계화된 지식경제라는 화두아래 이미 세계최고의 노동력을 보유하고, 최고의 경제시스템을 보유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마구 다른 나라들을 밀어 붙이는 미국을 보면서 남한의 경제 정책의 근간은 어떻게 짜여져야 할까?
어떤 사람은 미국식의 금융중심 혹은 주주자본주의를 넘는, 제조업중심 혹은 은행중심 자본주의를 말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자본의 무한정한 자유허용 대신 자본통제를 말하기도 하고 하고 있는데 전부 지엽적인 얘기들이다.
일단 은행자본주의 운운 하는 사람들은 주로 일본-독일 경제의 1950 년대 이후 1980 년대까지의 성장과, 최근 스티글리츠의 IMF 비판에서의 은행중심적 발언을 발췌해서 자신들의 논리의 근거로 삼고 있는데, 이것도 번지 수를 한 참 잘못 찾은 일이다.
전자, 독일일본의 은행중심자본주의는 세계시장이 전일화 되기 전에, 미국의 냉전보호 온상속에서, 거기에 일본-독일의 공장마루바닥에서 일어난, 미국에 까지 적지않은 가르침을 주었던 독특한 혁신 - 독일의 숙련노동-중소기업 체제, 일본의 Lean Production Innovation - 에 힘입어서 가능했던 경제체제로, 미국과 한국 등의 공장이 이미 80-90 년대를 통해 이들을 다 배우고, 또 급격히 세계화되는 체제에서는 활력을 잃은지 십오년도 더 지난 낡은 체계이며 사고방식이다.
후자, 스티글리츠의 주장의 핵심은 그것은 주로 한국이 IMF 관리체제 탈출과정이 재협상론을 바탕한 DJnomics 를 핵심으로 해서, IMF 의 과격한, 실업을 불사하는 고강도 재정개혁보다는, 실업을 관리하고 급격한 경제수축기에 생산적 자원마저 파괴되는 현상을 국가의 은행지배권을 활용 잘 막아낸 경험을 칭찬하려고 쓰는 얘기이다. 이 경험을 한국 보다 저 개발국이 개발단계로 나갈 때에 은행의 역할을 무시하지 말고 주식시장을 보완하고 오히려 추동하는 힘으로 써야한다는 얘기다.
남한처럼 이제 급속하게 세계경제에 편입되고 정보지식산업사회의 문턱에 다가온 나라, 미국을 제외하면 이미 선두권에 서 있는 남한, 인터넷 사용분야는 미국을 한참 젖혀버린 선진국에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남한이 아니 미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들의 재정정책이 도대체 무엇을 겨냥해야 할 것인가?
그냥 미국이 하는 대로 배껴서 하면 될 것인가? 사실 많은 부분은 그렇다가 답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끝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지식경제시대에도 국가의 경제기능의 일반은 매우 중요한 것이고, 오히려 그동안 맡아왔던 R&D 투자를 확대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고급노동력에 대한 교육훈련 투자, 산업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낙오되는 노동력에 대한 재교육 훈련 투자 , 갈수록 노령화되는 노동력을 대비한 평생교육훈련 투자, 대학과 학교를 세계화되는 지식경제시대에 걸맞게 변화시키는 교육투자 등이 치밀하고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21세기 국가의 재정정책은 R&D 투자 및 관리, 청소년 및 성인 노인에 대한 교육 훈련 정책, 그리고 마찰실업과 노동계급 재숙련화를 겨냥한 실업정책을 핵심으로하는 노동 정책, 이래도 저래도 어려운 사람들을에게 새로운 일을 찾을 때까지 기본 생활을 보장하는 복지 정책 등이 그 핵심에 놓여야 하는 것이다.
글을 잘 못읽는 사람들을 위해 다시 정리하면
1. R&D 투자 확대및 관리
2. 청소년, 성인, 노인에 대한 교육훈련 정책
3. 실업대책 재숙련기회부여 등을 핵으로 하는 노동정책
4. 사회복지 정책
이것이 매우 중요하고 강조되어야 하는 정책이다. 물론 앞에서 쓰지 않았지만 그동안 국가가 맡아왔던 산업정책도 당장 포기하는 것 보다는 정보기술부분을 중심으로, 특히 소프트웨어 문화컨텐트 등의 신산업 육성정책도 당연히 필요한데, 그것은 이제 R&D 투자확대 및 관리정책과 서서히 통합되어야 한다.
예를들어 소프트웨어와 문화컨텐트 산업은 타겟으로 육성하는 것이 올바르다는 것이 내 의견인데 그렇다 해도 R&D 위주의 지원으로 점차 바꿔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 신금융부분, 생명과학분야, 나노테크널러지 등 신산업 역시 점차 R&D 확대 투자 및 관리라는 도구로 접근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럼 이렇게 해야되는 경제사적 당위는 무엇인가?
이렇게 해야되는, 한마디로 정리하면 국가의 경제정책의 핵심이 자본분배정책에서 노동관리 정책으로 전환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뭐냐면 "자본의 이동은 자유롭지만, 노동의 이동는 자유롭지 못한" 21세기 전반기의 독특한 자본주의 단계 때문이다.
이제 자본은 국제적 흐름이 상당한 수준으로 자유화되었기 때문에 자본자체가 자본시장이라는 가혹한 경쟁환경의 단련을 받게 되고, 독점적 횡포를 부릴 수가 없게 되었다.
이미 미국이라는 거대 자본시장이 존재하고, EU 통화권이 완성되면서 유럽도 하나의 거대 자본시장이 되었고, 일본과 남한도 점차 미국 유럽의 거대 자본시장과 통합된 하나의 자본시장에서 작동해 나가고 있다. 아직도 독점자본 어쩌구 하는 백년 전 레닌과 힐퍼딩의 논리를 들이대는 사람은 자신이 지금 100 년 전 그것도 러시아라는 후진국 상황의 논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나 자본의 이동은 자유로와지고, 경쟁이 치열해져서 이동도 자유롭고 독점적 폐해도 줄어들었지만, 노동의 이동은 언어 등 자연적인 이유, 선진국민들의 이기적인 이유, 테러 등 안보적인 이유 때문에 자본의 이동에 비해 그리 활발하지 못하다.
자본은 연간 이동액을 합하면 GDP 의 수십배가 왔다갔다 하지만, 노동은 인구의 1% 도 이동하는 나라가 없다.
다시말해 자본과 노동이란 기본적인 생산요소가 이동속도에 있어서는 천분의 일, 만분의 일 차이가 나는 것이다. 문자그대로 자본은 이제 빛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데에 반해, 노동은 가장 빨라도 비행기 속도 정도이고, 실제로는 달구지 속도보다도 못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어느 나라가 잘 산다고 하는 말은 그 나라 노동인력의 수준이 높아서 빛의 속도로 흐르는 자본이 그 노동을 찾아 오고, 그래서 산업경쟁력이 높아지는 과정과 결과를 말한다. 또 자본을 먼저 유치하는 것은 노동력훈련을 하는 효과가 있으니 자본유치에 인센티브를 주어야 하는 것이다.
벌써 이십여년전부터 그렇게 되었지만, 이제 국가간 지방정부간의 경제정책경쟁이라는것은 기본적으로 자본유치경쟁이고, 그 경쟁의 최후의 승자는 고급의 유연한 노동력을 누가 많이 보유했느냐에 의해 정해지는것이다.
이것이 이제 민족 기업을 외칠 것이 아니라, 민족 노동을 외치면서 모든 재정 조세 정책의 촛점을 노동인력의 수준향상에 맞춰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다시 정리하자. 21세기 세계화된 지식정보 기반사회에서 자본은 빛의 속도로 움직이고 노동은 달구지 속도로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정책은 고급의 유연한 노동인력이 제대로 공급되어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으로 촛점이 맞추어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