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앙일보>의 허버트 벤슨의 실험에 대한 소개. 템플턴 재단(기억해두는 것이 좋음. 돈으로 신앙을 구입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종교를 옹호하는 학자들에게 압도적으로 돈을 몰아주곤 하는 민간재단)이 무려 240만달러를 투자했음. 결론은 역시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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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신자들이 수술 받은 심장병 환자를 위해 기도했으나 환자의 회복에는 효과가 없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1일 보도했다. 미국 보스턴 인근의 마인드.보디 의학연구소의 허버트 벤슨 박사가 주도한 이 연구 결과는 이번 주 '미국 심장 저널'에 실릴 예정이다.
벤슨 박사는 평소 임상에서 기도와 명상의 힘을 강조해온 사람이다. 그는 심장 바이패스 수술을 받은 6개 병원의 환자 1802명을 대상으로 다른 사람의 기도를 받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눴다. 그는 또 기도를 받는 환자들의 경우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쪽으로 나눠 관찰했다. 그리고 3개 교회 신자들에게 환자의 이름을 주고 쾌유를 비는 기도를 하도록 했다. 연구에는 총 24억원이 들었다.
수술 후 경과는 기도와 아무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남이 자신을 위해 기도한다는 사실을 아는 환자들에겐 후유증이 더 많이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내 건강이 그 정도로 안 좋은가'라는 불안이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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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도가 효험이 있는가'라는 주제에 대해서 <만들어진 신(God Delusion)>에는 한 장이 따로 있음. 아래는 간단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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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Darwin의 사촌인 Francis Galton은 기도가 효험이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그는 일요일마다 영국 전역의 교회에 모인 군중들 전부가 왕실의 건강을 비는 공개 기도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렇다면 왕실 가족은 가까운 사람들의 기도만 받는 나머지 사람들보다 건강해야 하지 않을까? 골턴은 조사를 했고, 통계학적으로 아무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어쩌면 그는 조롱하고 싶어서 그 연구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기도를 하면 식물이 더 빨리 자라는지 알아보겠다고 땅에 무작위로 식물들을 심어놓고 기도를 했을 때처럼 말이다(식물은 더 빨리 자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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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최근에는 물리학자 러셀 스태너드가 템플턴 재단의 후원으로 환자들을 위한 기도가 회복을 돕는다는 주장을 실험으로 입증하려 했다(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스태너드는 영국의 저명한 종교인 과학자 3인 중 한 명이다).
그런 실험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이중맹검법(Double Blind Test)을 써야 하며, 이 기준은 엄격히 지켜졌다. 환자들은 실험 집단(기도를 받는 쪽)이나 대조 집단(기도를 안 받는 쪽)으로 무작위로 분류되었다. 환자들도, 의사들도, 돌보는 사람들도, 실험 주관자들도 어느 환자가 기도를 받는지, 어느 환자가 대조 집단에 속하는지 알지 못했다. 이 실험에서 기도를 하는 사람들은 기도할 대상자의 이름을 알아야 했을 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그들을 위해서 기도를 해야 할 테니까. 하지만 신중을 기하기 위해 그들에게 오직 성의 첫 글자와 첫 번째 이름만 알려주었다. 그 정도면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 신이 충분히 알아들을 터였다.
사실 그런 실험을 한다는 생각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것이었고 당연히 그 계획은 조롱거리가 되었다. 코미디언 Bob Newhart가 그 이야기를 소재로 촌극을 꾸몄다는 말은 없지만, 나는 그가 뭐라고 말할지 훤히 알 수 있다.
''주님, 뭐라고 하셨지요? 제가 대조 집단에 속해 있으니 치료를 할 수 없으시다고요? ... 이런 알겠어요. 제 이모님의 기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거군요. 하지만 주님, 옆방에 누운 에번스 씨는 말입니다... 뭐라고요? ... 에번스 씨는 하루에 1000명의 기도를 받았다고요? 하지만 주님, 에번스 씨를 아는 사람이 1000명이 될 리가 없는데... 아하, 그들은 그를 그냥 존 E.라고 불렀다고요. 하지만 주님, 존 엘스워시일 수도 있잖아요? ...아, 알겠어요. 전능한 힘으로 존 E.가 누군지 아셨다고요. 하지만 주님 ...''
연구진은 용감하게 모든 조롱을 무시한 채 보스턴 인근 심신 의학 연구소의 심장학자 허버트 벤슨의 지휘로 240만 달러의 템플턴 연구비를 쓰면서 연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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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미국 심장학회지"에발표된 연구 결과는 명쾌했다. 기도를 받은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환자들 사이에 아무런 차이도 없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자신이 기도를 받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는 한 가지 차이가 있었다. 자신이 기도의 혜택을 받았다는 것을 안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심한 합병증에 시달렸다. 신이 제정신이 아닌 실험이 못마땅하여 모종의 조치를 취한 것일까? 자신이 기도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안 환자들이 좀 더 스트레스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실험자들은 그것을 '성취 불안'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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