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1탄은 이어지는 2탄과 3탄을 위한 이야기였습니다.
공유될 만한 비교치가 있어야해서 1번을 소개드렸고.... ^^;
(2보다 3을 먼저 올립니다. 다음주에 2번을 올리겠습니다. 뒤로 갈 수록 '가장 떨렸던 것'이고 4번으로 마감할 계획입니다.)
[1] EST 중 장천공
제 전공이 내과>소화기내과>췌담도입니다.(아시겠지만,,,)
ERCP(역행성 담췌관 조용술, 그냥 이해하기 쉽게 담도내시경이라고도 하죠)을 주로 해서 먹고 살죠. 위험한 건 아시죠?
사망률이 미국의 major center의 expert를 기준으로 0.2%이니... 1000명하면 1명은 시술합병증으로 죽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이죠. 실제로 시술합병증으로 죽는 환자를 종종 만납니다. 3D죠.
일은 힘든데, 보상도 적고, 괜히 멱살잡히기가 부지기수니.... expert들도 때려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쨋든.
처음 ERCP를 혼자서 해야 할 때, 정말 식은땀이 나더군요. 시술 실패의 부담감과 유두부절개술에 의한 합병증, 췌장염의 부담감.... 절개술에 의한 장천공이 무서운 이유가 이쪽은 후복막강 기관이거든요. 그래서 배를 열어서 뒤쪽까지 가야하고, 단순하게 장천공부위를 꼬매는 것이 아니라, 췌장이랑 십이지장, 담도까지 몽땅 들어내는 whipple's operation을 해야하니.... 부담이 장난이 아니죠. 그리고, 췌장염이 심하게 생기면 치료법이 없어서 난감합니다. 환자는 죽는데, 수술도 안되고.... 그냥 속수 무책이죠.
그래도 큰 문제없이 잘 해왔는데,
어느 할머니의 담도담석을 제거하려고 ERCP를 들어갔는데, 유두부 옆에 게실(장을 싸고 있는 근육이 나이가 들며 없어져서 생긴 얇은 주머니)이 있더군요. 워낙 게실이 있으면, 장이 얇아서 잘 터져서 조심해야한다는 것은 알고있죠. 그래서 조심해서 유두부 절개를 했는데...
[장천공]
위의 사진(다른 사람사진이만)처럼 장에 구멍이 나더군요. 위에 보이는 구멍 밖의 허연 것이 장막입니다. 다른 장의 바깥쪽이 보이는거죠.
아, 정말 난감하군요.
'수술시켜? 담도에 튜브를 넣고 금식하면 천공부위가 아무는 경우가 더 많으니 일단 담도에 튜브를 넣고 시술을 마쳤죠.'
당연히 시술 후 복강에 공기가 차겠죠? 이건 예상했는데.... 왠걸.... 기흉환자처럼 우측 폐 흉막에도 공기가 가득차서 폐가 짜부르들었고, 심장을 싸고있는 심낭에도 공기가 차있네요.......
공기가 심낭과 통한다는 이야기는 균들도 소통한다는 것인데.... 심낭에 균이 들어가면... 죽죠. 그리고, 당장 폐가 짜부라 들어서 숨이 차고, 장이 터졌으니 아파죽겠다고 하고...
일단 주사기를 가슴에 꽂고 공기를 빼주었더니 숨찬 것은 좀 좋아지더군요.
[위의 사진 처럼 오른 폐를 싸는 흉막에 공기가 차서 폐가 짜부라 드는 것이 기흉(pneumothorax)이죠. 급한대로 주사기를 쇄골 아래 쪽에 꽂아서 공기를 빼주었죠]
살 떨리더군요. ERCP하다보면 장천공으로 복강에 공기 차는 것은 워낙 다반사지만, 기흉에 종격종까지 공기가 차니.......
응급수술과 기다림을 고민하다... 어찌어찌 버텨보았는데, 다행히 회복되어 퇴원했습니다.
처음 2일간은 정말 피 마르더군요.
술에 왕창 취하거나,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이 안옵니다. 술을 먹고 자다가가도 깨어서, 수면제를 다시 먹고 자야하더군요.
[2] 소장이 왕창 터져서... 간이 보일 때...
ERCP를 하다보면, 과거에 위암수술등으로 Billroth II operation이 되어 있는 경우를 만납니다.
위를 반 절제하고, 소장 중간 부위와 거꾸로 이어 붙이는 겁니다.
그럼 위에서 소장으로 가는 구명이 두개가 생기고, 한쪽의 끝에 십이지장의 유두부가 있고, 다른 한쪽은 대장으로 이어지죠.... 그런데, 수술할 때마다 십이지장으로 가는 소장의 길이가 다르므로, 유두부가 어디있나 찾기가 어렵죠. 그리고, 아주 길게 붙여놓으면 내시경이 도달이 안되며, 장유착등으로 내시경을 깊이 삽입하다 장이 터지기 쉽습니다.
손기술이 늘면 왠만한 Billroth II 수술했던 사람도 ERCP는 다 성공합니다. 그래서.... 자만심이 생기죠.
여하튼.... 10년전에 수술을 했다는데, 무슨 수술을 했는지는 모르는 할아버지가 담도담석이라서 ERCP를 했는데, 헉 Roux-en-Y 더군요. 뭐 어짜피 이걸로 안되면 개복수술 해야하니까. 장 터지면 바로 수술한다고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긴 대장내시경을 이용하여 시도 했습니다.
[좌측의 ERCP 내시경 사진을 보면 눈이 옆에 달렸습니다. 즉, 삽입되는 방향이 안보입니다. 옆모습을 보고 전진하는 방향을 예측해서 삽입해야합니다..... 위험하겠죠? 순~~~ 감으로 해야하니까요.]
30분을 씨름해서 내시경을 몽땅 집어 넣고, 단축하고... 쌩쑈를 해서 유두부를 찾았습니다. 아~~~ 기쁘더군요. 그런데, 장이 움직이니 휘리릭하고 뒤로 빠지더군요. 그래서 다시 넣고, 빠지고를 반복하는데... 짜증도 나고... 아... 그러다 순간 '버~~~억'하는 느낌. 또 공기가 빠져나가는 진공상태... 음... 터졌다.... 작은 천공이면 내시경으로 클립을 넣어 꼬맬 수 있는데, 어디 찾아 보자.
헉, 소장에 구멍이 보이고... 음... 어디서 낮이 익은 뻘건 것이 보이더군요. '간' 많이 찢은 거죠....
살 떨리더군요. 뭐,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면 좀 떨렸겠지만.... 그런데도 적응이 되더군요.
예상도 하고, 각오도 했으니까요.
바로 수술해서 찢어진데만 꼬매고, 담도와 담낭수술도 했고,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복강경수술도 아니고, 내시경하다가 간을 보니까.... 참 난간하긴 했지만, 다리가 풀릴 정도로 떨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3] 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ESD)로 위암 절제.
[위의 양성/악성(암)을 내시경 절제하는 사진, 달랑 내시경 하나로 이 짓 하려면 얼마나 힘들지... 1.2m 짜리 휘청거리는 고무호스 끝에 얇은 붓으로 그림그리는 것과 같죠..... 피도 많이 나고, 장을 얇게 뜨다가 터지기도 쉽고... 위의 사진이 ESD한 것입니다.]
대형병원은 ERCP하는 의사와 ESD를 하는 의사가 구분되어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병원도 서울의 초대형병원은 아니지만, 구분되어 있죠. 저는 ERCP만 하는데, ESD하던 후배가 시술중 장이 터진 환자/보호자의 난동에 사표를 내어 시술을 할 의사가 갑자기 없어졌었죠.
사실은 제가 ESD도 먼저 했는데, 후배가 와서 후배에게 가르치고 인계해주고 저는 ERCP만 전념하려고 했던거죠.
어떤 환자가 위의 상부(심장 바로 아래 쪽)에 종양이 있어서 ESD를 해야했습니다. 내시경을 180도 구부리고 해야하고 환자의 호흡에 따라 위가 움직여서 쉽지 않은 위치죠(위 벽이 두께도 가장 얇은 부위고). 뭐 그냥저냥 다 제거 했는데, 좀 지저분하게 떨어진 부위를 정리하는데......... (전신마취 수준의 수면 내시경 중) 환자가 딸꾹질을 하면서 내시경 선단에 있던 전기칼날이 '퍽'하고 벽을 뚤었죠.
위의 사진의 가장 오른쪽 처럼 이미 얇게 박리해놓은 상태에서 전기칼이 '버억'하고 긁으니... 쭈욱하고 찢어지더군요.
'조~~~~옷 됐다.'
다시 진공상태처럼 공기는 쭈욱 빨려나가고... 어떻게 꼬매봐야지.. 하고 구멍난 곳을 들여다보니... 뭐가 벌떡벌떡 뛰고 있더군요. 어디서 많이 본.... 심장의 하벽이 뛰는 것이 보이더군요. 여러막에 싸여있기는 하지만, 분명히 심장의 아랫쪽 벽이 뛰는 것을 내시경하다 바라보니.... 참 난감하더군요.
정말 정신이 멍해지고, 다리가 풀리더군요. 서 있기가 힘들어서 의자 좀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고딩 때 맞짱뜨려고 기다리던 순간보다 더 힘들더군요.
음주운전하다 음주단속 경찰에게 잡혀 음주측정 할 때보다, 심장이 더 뛰더군요.
입이 바싹바싹 마르고, 다리는 풀리고, 손은 떨리고....
복강내로 유입되는 다량의 공기로 배가 빵빵하게 불러오고, 환자의 호흡도 안좋아지고...
일단 내시경 빼고, 보호자들에게 설명하고...
배에데 굵은 주사바늘을 꽂아서 복강내 공기를 빼니까 환자상태는 조금 좋아지더군요.
(옆구리에다 아주 굵은 바늘을 꽂는 거죠)
조금 진정하고.... 어짜피 수술할 꺼라면... 갈 때까지 가보자.... 하고 clip으로 꼬매보았죠. 찢어진 부위부터 꼬매면 장이 얇아서 그냥 헤어져서, 양쪽 끝부터 천천히 꼬매고.... 배에다 주사기를 꽂아놓고... 지금 생각해도 참 가관이었죠...
일반인들은 이해하시기 힘들겠지만.... 장에 구멍이 나서 진공상태처럼 공기는 복강으로 빠져나고, 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정말 시야확보가 안됩니다. 손에 땀도 많이 나구요...
어찌되었든, 윗그림처럼 여러개의 clip으로 끝까지 꼬매고... '죽을 수 있다. 아주 위험하다.' 설명하고 버텼는데... 다행히 좋아져서 퇴원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네요.
이후로도 ESD나 ERCP하다보면 황당한 경우가 있었지만, 이때의 경험덕에 최소한 다리가 풀리거나 손이 떨리지는 않더군요. '까짓 것 심장 뛰는 것도 봤는데....'란 오기도 생기고....
기억의 조작은 아니고, '자기 자랑하는 기억만 나열 해서 좀 쪽팔리네요. ^^;'
추억 2,4는 제 자랑하는 것은 아니니.... 참아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외과쪽 샘들 보시기에는 별 것 아니라고요? ^^;
외과쪽 샘들 힘든 것 이해합니다. 저는 외과와 내과의 중간 영역에 사는 '중간계 종족'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