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재 전 의원의 낙선인사입니다. 참 이분의 인터뷰나 글은 읽으면 읽을수록 인재구나 싶습니다. 변희재 대표가 괜히 못키워서 안달하는게 아닌 듯.
아니, 김경재같은 인재에게도 저리 모욕을 주다니 이젠 전라도가 속물근성에 완전히 K.O 된건가요? 탄핵때 열우당 밀면서 1차로 맛이 가고, 세상에 광우병 깽판을 5.18 정신이라면서 2차로 맛이 가더니 요샌 아예 회복불능 수준으로 가버린 듯.
많은 욕을 먹고 있는 노무현이지만 적어도 이념화된 지역주의에 당당했던 도전했던 그의 도전자 시절의 과거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호남좌익패권에 도전하는 김경재를 보면 가장 멋졌던 시절의 노무현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고향이 버렸대도 김경재같은 인재라면 대한민국이 키워도 꼭 키우리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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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셨습니까. 순천 시민 여러분.
지난 4.27 재보선에 출마했던 전 민주당 최고위원 김경재입니다. 지난 보름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워낙 쪼들리는 자금 때문에 선거운동원 아줌마들에게 지급할 일당이 없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다가 급기야 아내의 신용대출로 간신히 급한 불은 끄고 이러저러한 몇 가지 빚은 서서히 숨 좀 돌리고 나서 갚아가기로 하고 그야말로 ‘도망치듯’ 고향을 떠나 왔습니다. 떠나오는 밤기차의 차창이 몹시 쓸쓸했습니다.
원래 선거에서 낙선하게 되면, 반성과 성찰을 하며, 승자에게 축하를 하고, 표를 준 유권자들에게는 감사의 인사를, 부족함을 꾸짖으며 표를 주지 않은 유권자들에게는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에서는 제가 이런 관례적인 낙선소감만을 발표하고 끝내기에는 무언가 너무도 부족해보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두 번의 당선과 그보다 많은 낙선을 했지만 이번처럼 최선을 다했으면서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최악의 득표를 한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웠고 저 자신의 오만을 처절하게 반성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낙선인사가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우선 저는 선거 기간 내내 강조했듯이 더 이상 순천에서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1년짜리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순천시의 당면현안인 정원박람회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한 뒤, 민주당을 개혁해내어 총선과 대선에서의 승리를 약속했습니다. 낙선으로 인해 이를 지킬 수는 없는 형편이 되었으나 그렇다고 그냥 현실을 인정하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정치인이란 ‘밟혀도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길섶의 질경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생물이라고들 합니다.
시민 여러분, 저는 선거 기간 내내 득표 공학(工學)만을 위해 민주당이 전국적 지지율 3%에 불과한 민노당과의 야합을 하는 건 민주당은 물론 대한민국에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벌써 그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상대로 당선되자마자 한EU FTA 저지 농성에 들어간 김선동 당선자
당선자인 민노당의 김선동 후보는 당선되자마자 한EU FTA 반대를 위한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선거가 끝나고서야 민주당 손학규 대표, 민노당 이정희 대표, 참여당 유시민 대표,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가 지난 4월 13일 서명한 ‘정책연대 합의문’이 공개되었습니다. 이 합의문에는 한EU FTA 비준 저지, 한미FTA 비준안 폐기, 서울대법인화폐기, 종합편성채널 취소 등등 민노당식의 과격한 정책들이 열거되어있습니다. 순천 시민 여러분들이 선택한 김선동 당선자는 이제 이러한 정책들을 관철시키기 위해 경남의 강기갑 의원처럼 수많은 농성과 시위에 참여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선동 당선자가 정원박람회 예산을 국회 차원에서 쉽게 확보할 수 있을지 염려됩니다.
순천시민 여러분들도 이런 상황까지 다 염두에 두고 민노당 후보를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도 민주당만 찍다 보니 지루하기도 하고 또 민주당 하는 짓들이 순천시민들 표를 자기들의 ‘낭중지물’로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괘씸하기도 하고 또 모처럼 ‘야권단일후보’니 뭐니 하고 떠드니까 한번 밀어줘 보고, 내년 총선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았으니 그때 다시 선택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셨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한 상황이 아닙니다.
민주당이 군소야당과 정책 합의문에 서명한 이상, 민노당이 주도하는 정책을 중심으로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도 또 다시 지금과 같은 방식의 야권연대를 추진할 것입니다. 내년 순천의 총선에서 김선동 당선자는 또 다시 야권연대 후보로 나설 것입니다.
선거가 끝나고 이번에 저와 함께 출마한 조순용 후보가 민주당에 복당을 신청했으나, 심사 자체가 보류되었습니다. 민노당의 신경을 거스른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조순용 후보를 비롯하여, 구희승, 허상만, 허신행, 박상철 후보 등은 내년 총선까지 민주당 복당이 어려울 것이며, 이번 재보선과 똑같은 구도, 즉 야권연대 김선동 후보와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들이 난립한 상태로 내년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저는 제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순천 시민 여러분들에게 충분히 상황을 알렸고, 내년 총선에서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까지 절박함을 호소했습니다.
민노당에서는 제가 단지 북한 3대 세습에 대해 물어봤다는 이유로 색깔론자로 몰아붙였습니다. 그러나 재보선 직후, 민노당과 재통합을 하고자 하는 진보신당, 그리고 사회당에서는 통합의 조건으로 북한 권력승계와 핵개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동의 ‘자스민’ 혁명에서 드러났듯이 비상식적인 독재권력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언제 어느 때 북한 급변사태가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북한 3대세습 정권을 지지하는 민노당의 앞날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습니다.
민주당은 민노당의 덫에서 벗어나 중도개혁적 정체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오히려 문제는 민주당입니다. 저는 정원박람회 예산확보와 함께, 민주당을 개혁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지금 치러지는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를 보면, 그 누가 원내대표가 되든 민주당은 더욱 더 민노당식 좌클릭할 듯합니다. 민주당의 정체성 자체가 좌파여서가 아닙니다. 민주당이 중도개혁적 제 정체성을 찾으려 하면 할수록 야권연대를 무산시키겠다는 민노당의 협박에 속수무책 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의 박지원 원내대표와 김영환 지식경제위원장이 충분한 보완책을 거쳐 한 EU FTA 비준안을 정부 및 여당과 합의했을 때, 민노당이 어떻게 나왔습니까? 민노당의 협박 탓에 민주당은 여야정이 합의한 내용을 하루아침에 번복해버렸습니다.
저는 선거 기간 내내 현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비판했습니다. 단지 그가 한나라당 출신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한나라당 시절 장관으로서, 도지사로서 국민의 신뢰를 받았던 중도적 노선과 정체성을 완전히 버리고, 단지 표를 위해 민주당을 민노당화시키려는 그의 정치 공학 때문입니다.
손학규 대표가 자신의 중도적 정체성대로 민주당을 이끌고 나가려 하면, 민노당과 좌파 시민단체가 그를 가만 놔두지를 않을 것입니다. 제가 순천에서 손대표를 비판한 것과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그의 15년 한나라당 당원 경력이 난도질당할 것입니다. 손대표는 바로 이러한 한계 탓에 민주당의 정체성을 회복시킬 가능성이 없습니다.
저는 민주당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민노당에 끌려 다녀서는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도 없을뿐더러, 설사 승리하게 된다면, 대한민국에 대재앙이 닥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1년짜리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아픔보다도, 오히려 민주당과 대한민국의 걱정스러운 앞날 탓에 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순천 시민 여러분들이 저와 함께 낙선한 조순용, 구희승, 허상만, 박상철, 허신행 후보 등 호남의 민주당원들의 뜻을 모아, 민노당의 협박에 맞서, 민주당을 제 자리를 찾아주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호남 유권자들의 선택의 기회를 지켜내야 합니다. 이미 순천 시민 여러분들로부터 두 번의 선택을 받아, 국회의원을 지내고 민주당 최고위원까지 오른 입장에서, 저는 저에게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해나갈 것입니다. 이번에는 선택을 받지 못했으나, 언젠가는 순천 시민 여러분들도 지난 재보선에서 왜 김경재가 그토록 절박하게 호소했는지 저의 진정성을 이해해주실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저는 민노당의 종북주의적 주사파들의 모략처럼 극우보수주의자가 아닙니다. 저는 우리 역사의 올바른 발전과 통일을 위해 극우와 극좌가 동시에 배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중도적’ 정치인입니다. 저는 강정구, 한상렬 같은 극좌도 배격하지만 동시에 지만원, 김용갑 같은 극우도 지지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면 공산주의 적화이론으로 남한을 ‘소비에트’화 하려는 북한 노동당의 대남전략을 철저히 배격하지만, 북한 당국은 ‘머리에 뿔 달린’ 괴물처럼 상대할 수도 없다는 대북강경론자들의 주장도 받아드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분단 50년 만에 최초로 북한을 방문한 대한민국 국회의원이었고 어떻게 해서라도 남북이 화해하고 협력하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이 역사적 필연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적어도 제가 목격하고 체험한 북한은 공산주의도 아니고 사회주의 국가는 더더구나 아니고 ‘요덕수용소’ 같은 정치범수용소가 즐비한 전근대적 전제국가였습니다. 남한에서 북한인권법 등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을 무슨 자랑이라 여기고 300만의 인민들이 굶어서 죽어나가는 인간지옥을 우리 민족의 무슨 ‘유토피아’인양 착각하는 사람들은 북한을 한번 가보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저는 김선동 후보가 그런 부류의 민노당원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몇 차례 물었으나 그는 자신이 “그런 종북주의 주사파가 아니다.”라는 다짐을 끝끝내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그를 ‘종북주의 극좌’로 보아야 했고 그렇다면 김선동에게 국회의원 자리를 내주는 것은 순천을 민노당의 ‘정치적 해방구’로 만드는 것이라고 목메게 외쳤으나 순천시민들은 이를 외면하고 오히려 저에게 ‘쓸데없는 색깔론’을 주장한다고 가혹한 벌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김경재의 외침을 상기하게 될 것입니다. 좌우가 극심하게 격돌하는 나라에서 ‘중도’의 길은 언제나 외로운 법입니다. 지금 나의 정적들 아니 나의 친구들까지 나를 비웃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도 언젠가 김경재를 기억할 것입니다.
순천 시민 여러분.
공중에 나는 새도 깃들일 잠자리가 있거늘 인자는 거할 곳이 없다고 한탄하던 어느 성인이 생각납니다. 그는 정적들과 아무 것도 모른 채 그들의 선동에 넘어간 예루살렘 시민들에 의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습니다. 감히 비교할 바 못되지만 나 역시 순천시민들에게 정치적 십자가에 못 박힌 셈입니다. 이 심판을 겸허히 받아드리겠습니다.
민주당 탈당 무소속 후보간의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것에 책임을 통감
감히 말해, 이 김경재가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 심지어 경상도 대구나 부산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해도 3.3%는 더 얻을 수 있습니다. 그토록 지독한 모욕과 조롱 '3.3% 득표'를 순천시민들은 저에게 안겨 주었습니다. 무서운 세상입니다. 시민들은 저에게 손가락질 하며 말없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김경재, 네가 무어야? 순남, 순중, 순고, 서울대 나왔다고 일류의식에 빠져 있어? 니만한 학벌은 많아. 웃기지 마라. 두 번이나 재선했다고? 그건 김대중 바람 때문에 된 거야. 글 잘 쓰고 말 잘한다고? TV토론이나 방송연설이나 거리유세나 심야토론이나 100분 토론에 나온 것 듣고 보니 맞기는 맞아. 그러나 니가 잘난 체하던 거지 그것이 우리 밥 먹여주나? 남들은 몇 년씩 돈 쓰고 시간 뺐기며 지역구에서 파고 사는데 넌 무슨 쥐뿔 났다고 선거 40일 전에 내려와 ‘당선 시켜 주쇼’하고 얼굴을 내미는 거야? 우리가 무슨 도덕군자인줄 아나? 돈도 없는 주제에 그깟 1억이나 2억의 자금을 그것도 빌려서 와가지고 식사 한 번 제대로 거하게 대접하지도 못하고 쩔쩔매면서 조직한다고 덤비니 우리가 무슨 거진가? 돈 없어 쩔쩔매는 거 보니 어떤 시장후보로부터 20억인가 30억인가 받았다는 소문은 분명히 모략인 것 같다만, 니 내려오기 전에 우린 이미 여러 입지가 들에게 학연, 지연, 씨족연, 혼인연, 사돈에 팔촌까지 여러 가지로 다 얽혀져 버렸단 말이야. 괜히 늦게 내려와 가지고 늦부지런 떨며 안달이야? 지금이 무슨 민주화시대인가 말이야. 세상이 변했어. 아무 대접도 안 받고 찍어주려 하면 우리도 손해 보는 것 같고 무언가 억울하단 말이야. 박정희 유신시대에 니가 국내외에서 글 쓰고 투쟁하고 고생했던 것 다 알아. 그건 이미 옛날 일이라고, 알간? 정신 차려! 꿈 깨!
여기에 나의 과오는 중첩됩니다.
저는 '야권연대'의 탈을 쓴 민노당후보가 사실은 북한 김정일정권을 추종하는 종북주의적 '좌파연대'라는 것을 충분히 밝혔으면서도 민주당의 무공천에 항의해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6명의 후보들을 단일화하는데 실패하였습니다. 저는 무소속연대를 강력히 추진하면서 민노당의 순천진입을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저 스스로 무소속 단일후보의 선거본부장이라도 맡겠다고 하였습니다. 막판까지 허상만후보, 박상철후보 등과 "딱 한번의 여론조사로 단일화 합시다."고 의기투합하여 대화를 나눴으나 최종에는 그들 모두 물러서고 말았습니다. 그때 하다못해 김-허, 아니면 김-박 중 하나와라도 단일화했더라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올려 민노당후보의 당선은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의 단일화 제안이 너무 당당하고 거침이 없어서 제가 자신만만하나 보다고 그들이 지레 소극적이 돼버렸을지도 몰랐다. 다 저의 미숙한 협상능력 때문에 벌어진 과오입니다.
다른 하나의 문제는 무소속 후보들이 모두 당선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일 년 이상 조직에 공을 들인 후보도 있었고, 소문에 35억 이상을 투입한 후보도 있었습니다. 지방 유지에 재력가인 아버지와 형제들을 동원해 다단계식 점조직을 자랑하는 후보도 있었고 아주 이상주의적 낙관론으로 시종한 후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다가 어떤 측이 각 후보 켐프에 비밀요원을 파견하여 "당신 틀림없이 이긴다."고 선동하여 끝내 사퇴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소문도 파다했는가 하면 각 켐프 내에 선거자금 뜯어먹는 재미에 빠진 정치브로커 선거꾼들이 후보사퇴를 적극 말리며 선거 당일 아침까지 승리의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니 저의 단일화제안이 먹혀들 리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저녁 8시에 투표가 종료되고 개표예정시간인 9시 20분 보다 한 시간 전인 8시 20분에 승리를 확신한 어떤 무소속 후보는 미리 '당선소감문'을 각 보도기관에 배포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을 벌이기도 하였다. 그만큼 이번 순천재보선은 모든 사람이 미쳐 돌아갔고 모든 가치와 원칙이 비웃음꺼리가 되었고 '돈'이라는 이름의 괴물이 ‘스나미’처럼 순천을 휩쓸고 지나간 재앙이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조롱했고, 서로를 배신하였고, 서로를 미워하였고, 서로를 의심하였습니다.
역사에 승부를 거는 김경재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겠습니다
아, 이 김경재! 지금까지 수많은 선거에 직접 당사자로 아니면 조력자로 참여하여 몇 번의 승리와 그보다 많은 좌절을 겪었지만 이번 순천재보선과 같은 선거는 일찍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선거의 결과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어찌되었건 순천시민이 내린 심판을 떳떳이 받아드립니다. 순천시민들은 나를 버렸습니다. 그러나 나는 고향 순천을 버리지 못합니다. 왜? 고향이니까요. 그러나 다시는 순천에서 이런 선거놀음에 나를 소모시키지 않으려 합니다. 고향에서 두 번의 국회의원으로 충분합니다. 이제 다른 곳에서 다른 일로 역사에 승부를 거는 김경재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으려 합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여섯 번의 선거를 치루면서 단 한 번도 법정비용 이상을 써본 적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1억, 2억이었지요. 2억을 넘겨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정치적 낭만주의자였지요. 서울에서 세 번이나 실패했습니다. 그래도 고향 순천에서는 두 번이나 통했습니다. 이번에 세 번째 시도하다가 혼났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낙안 내운 마을 제 앞집에 사시는 어른에게 지지를 다짐받으러 비닐하우스를 찾았더니 그 양반 씨익 웃으며 던지는 한마디가 저의 폐부를 찔렀습니다.
“김의원 똑똑한 것, 다 알아. 그러나 요새 선거는 돈이 있어야 돼!”
그렇습니다. 전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망신을 당했다는 걸 기록해두고 싶습니다. 그러나 어찌어찌하여 TV토론을 다섯 번이나 하고 10분짜리 텔레비전 연설과 라디오 연설을 각각 두 번씩이나 해서 큰 유감은 없습니다. 웃장 네거리 길 한복판에서 춤을 추기도 했었고 특히 바바리의 멋진 대통령 후보 박찬종 선배의 헌신적인 찬조연설은 대를 두고 갚아나갈 생각입니다. 조순형 선배도 고참보좌관까지 보내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었습니다.
부족한 김경재를 위해 열심히 뛰어준 선거 운동원들, 최악의 여건에서 저를 지지해준 3,263명의 유권자들(나머지 한 표는 제가 저를 찍은 것임), 전국에서 후원금을 보내주신 선배 동지들 그리고 빚쟁이가 되면서도 못난 남편을 지원해준 아내 채수정에게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늦었지만, 선의의 경쟁을 했던 김선동 당선자, 조순용, 구희승, 허상만, 박상철, 허신행 후보님께도 축하와 위로의 인사를 드립니다. 다들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2011.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