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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yang] 다시 시작하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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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riter : mahlerian     Date : 10-07-25 10:14     Hit :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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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로님이 "복수가 유일한 삶의 목적이었던 사람이 복수에 성공한다면, 그 다음에는 무엇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올드보이>의 대사를 인용하시니 떠오르는 양신규 교수님의 글.
 
스스로도 만족하셨던 글이었는지, 프론티어는 물론이고, 안티조선 우리모두, 소칼방 등등에도 다 올라와있다.
 
'회의적인 좌파' 양신규 교수. 요즘 나 스스로를 보며 느끼는 것이지만, 양신규 교수님이 좌파이기만을 온전히 버리기 했었어도 그에게는 더 많은 보장된 인생이 있었을텐데, 하는 안타까움 감정이 새삼 생긴다.
 
양교수님의 복수는 결국 그렇게 성공을 했지만, 새로운 복수 대상을 찾을 수가 없었던 그가 시작할 수 있는 새로운 인생은 역시 없었던 것일까?
 
 
 
* * *
 
 
다시 시작하는 인생
 

나는 천재들의 얘기를 들으면 눈물이 난다. 내가 또 눈물이 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스크럼짜고 짭새들과 대항하는 그 몽둥이와 돌멩이의 시대를 상기할 때다. 우리 세대는 돌멩이와 몽둥이라는 야만의 시대로부터 담론투쟁이라는 인류최고의 단계를 몸으로 넘나들며 살은 셈이다. 뱅모형이 칠성판 얘기를 할 때마다도 가슴이 뭉클하고 김근태형은 얼굴을 볼 때마다 그가 당한 물고문 전기고문이 생각나서 뱃속에서 무엇인가가 울컥한다.
 
내가 천재나 영웅들의 얘기들에서 감동을 하는 것은 그 이유는 뭐냐면 다들 한두가지씩 나를 닮았기 때문이다. ^^ 맑스는 후진국 독일에서 영국으로 피난와서 엥겔스가 가끔 도와주는 걸로 먹고살며 대영박물관에서 눌러앉아 자본론을 쓴답시고 세월을 죽인다. 그간에 귀족 출신의 아내 제니 베스트팔렌의 처절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이들을 굶기고 병들게해서 죽인다. 눈물을 한줄기 흘렸을 뿐이다. 어쩌면 사람이 그리 비인간적일 수 있는가? 나는 이해가 간다. 아내, 자식, 애인, 배고픔, 목마름, 심지어는 똥오줌마려운 것도 다 잊어먹는다. 오직 머리속에도 눈 앞에도 자본의 운동법칙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세계사적 진보와 비극이 동시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면 자기 자식의 죽음마저 역사운동의 티끌로 밖에 여겨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천재들은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과는 다른 것을 본다. 이것은 고호가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시각중추에 문제가 생겨서 다른 사람들이 외부세계를 보는 것과는 다르게 세상을 보았다. 그것을 표현한 것이 고호의 작품들이다. 모짜르트의 음악을 들으면서 놀라는 것은 현대 팝, 록, 재즈의 모든 기본 가락이 마치 그 속에 다 들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온다. 그는 분명 보통사람들이 듣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들은 사람이다. 존 내쉬가 보는 환영은 또한 그의 근본적인 사유방식에서 다른 수학자들과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과 통해있다. 대학자들이 가끔 겪은 깊은 우울증들, 때로는 과격한 조울증 등은 또한 그들의 두뇌가 보통사람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알뛰제는 평생을 manic-depression 에 시달렸고, 베버는 4-5 년간의 끝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깨어나와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라는 현대사회학의 모태가 되는 책을 써 낸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주위사람들하고는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었다. 그럴때 겪는 것은 무엇보다 외로움이다. 사실 미국으로 온 다음부터는 한국에서 겪었던 외로움을 조금은 덜 겪었는데, 대신 새로운 외로움이 깊어졌다. 이성적인 얘기가 통하는 사람들은 심심찮게 만나게 되는 대신, 1980 년대 나의 십대 이십대 시절의 열정과 좌절과 꿈을 나눌 사람은 정말 없었다. 프런티어가 쫓아내려고 해도 붙어있었던 일이나, 인터넷 글쓰기도 그런 외로움 달래기의 일종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십년을 건너뛰어 MIT 시절에 다시 만난 하킴은 그런 의미에서 내 인생의 단순한 친구 정도를 훨씬 넘는 존재가 되어갔다. 내 정서와 야심을 동시에 이해하는 유일한 친구요, 외로운 인생길의 하나 밖에는 없을 것 같은 길동무이기도 하다.
 
언젠가 누군가 어떻게 아직까지도 그렇게 날을 시퍼렇게 세우고 사냐고 물은 적이 있다. 한국의 직장동료하나는 나보고 가슴에 날이 선 칼을 품고 살아가는 듯하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내 대답은 억울해서 이대로는 사그러질 수 없다는 것이었던 것으로 기억이된다. 만약에 내 젊은 시절을 다 앗아간 남한의 민주주의가 그냥 사그라 든다면 나는 우울증에 빠져 죽을 수 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도 1997 년이나 2002 년 두 번 중에 한 번이라도 만약 이회창이 당선되었더라면 지금 나는 살아서 이런 글을 쓰고 있지 않을 것 같은 생각마저 문득 든다. 김대중과 노무현은 그리고 그들을 있게한 국내외의 수많은 사람들은 나의 생명의 은인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누가 김대중이나 노무현을 욕하면 아니 심지어 권노갑같은 사람을 욕해도 나를 욕하는 것 같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김대중 노무현을 욕하는 것을 마치 나의 생명을 위협하는 자들로 여겨질 때마저 있었다. 시퍼렇게 섰던 날은 나를 죽이려는 자들에게로 향하는 복수의 칼날이었을까?
 
그런데 내가 변해가고 있다. 이젠 칼의 세상이 지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이제는 한반도의 전쟁도 남한의 민주주의도 걱정이 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도 학문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난다.
 
나이가 들어서? 천만에, 아직도 나는 90% 의 20 대보다 빨리 멀리 뛰며 미국와서 새로 시작한 내가 가장 원시적이며 가장 신사적인 운동이라 명명한 테니스에도 몰두한다. 가끔은 백인남녀들의 선망의 눈길을 받으며 테니스장의 재키 찬으로 불리기도한다.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다.
 
노무현이 당선되고 나서이다. 한국의 현상을 볼 때 마다 옛날의 - 노무현이 단일화안하겠다고 박박우길 때 조마조마하던 마음을 끝으로 - 조마조마한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니라, 실실 웃음이 나오고 남한의 역사가 기특하고 뿌듯하고 자랑스러워 진다.
 
이제 18 살 때 부터 틀어졌던 내 인생을 바로잡을 때가 된 것 같다. 그것은 어릴 때의 소박한 꿈대로 쓸만한 학자가 되는 것이다. 이제 한반도의 역사는 잘 굴러가게 되어있다. 사람들의 잘잘못에 따라 굴곡은 있겠지만 김대중과 노무현을 당선시킨 위대한 유권자들이 그리 호락호락하게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타골의 시를 찾고 노래를 지어 부를 날이 멀지 않았다.
 
"코리아 너는 세계를 밝히는 동방의 등불이 되리라."
 
이제 조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왕년의 시민군들도 애국가 같이 한 번 부르고, 각자의 자리에 들어가 자신의 일을 하면 되는 시대가 되어가는 것 같다. 그것이 코리아를 세계를 밝히는 동방의 등불로 만드는 길일 것이다.
 
나는 눈 앞에 보이는 21세기 과학기술문명이 가져올 엄청난 규모의 사회적 변동에 대해 맑스가 19세기 때 지 자식죽는것도 모르고 매달렸듯이 매달리면 되는 것이고, 뱅모형은 돈을 왕창 벌거나, 활을 쏘거나, 자기 말대로 PDA 가 되거나 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내 인생을 찾아간다. 더구나 고맙게도 MIT 에서 2-3 년 동안은 존 내쉬가 "waste of your time, and infinately more wast of my time" 이라고 했던 티칭도 일년에 박사과정과목 하나만 가르치라며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40 이 되어 다시 시작하는 셈의 내 인생이지만, 스스로에게 매우 기대가 크다. ^^
 
 
 
 
(2003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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