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메인호(USS Maine) 사건(1898)
때는 19세기 후반 先제국주의 국가였던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이 쇠락해가고 신흥제국주의국가들인 영,미,일,러, 프, 독 등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각축을 벌이던 시기에 일어난 일이다.
아편전쟁을 기화로 중국에 대한 열강들의 침탈이 본격화되던 시절 뒤늦게 뛰어든 미국은 대륙아시아에서의 식민지쟁탈전에서 타열강들에 비해 끝발이 달려서 겨우 곁다리나 슬그머니 담그고 있던 중 나름대로의 돌파구를 마련하게 되는데 그게 이른바 섬제국주의라 지칭되는 태평양의 미국 내해화전략이다.
그것은 태평양 지역에 있는 수많은 열도들을 미대륙에서 필리핀까지 연결하는 전략기지화하는 것으로 하와이섬, 웨이크섬, 괌 등에 대한 군사적 점령으로 귀결된다. 당시 필리핀은 스페인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미국은 쇠락해가는 구제국 스페인을 만만한 상대로 보고 전쟁을 일으킬 명분이 필요했는데 마침 때맞춰 일어난 사건이 메인호 사건이다.
사건의 개요는 간단하다. 당시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쿠바에서 내부소요사태가 극심했기 때문에 미정부는 메인호를 자국민 보호라는 명목으로 쿠바인근해역에 파견하여 해상대기시켰는데 그만 그 배가 원인모를 폭발로 인하여 승조원 전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결과는? 미국-스페인 전쟁이 개전되었고 쿠바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고 필리핀은 미국의 식민지가 됨으로써 미국의 섬제국주의는 완성단계에 이르게 된다.
미-스페인 전쟁은 우리 역사에서 카쓰라-태프트 밀약과 연관된다. 일본은 미국의 섬제국주의의 완성이 될 필리핀에서의 미국의 기득권을 인정하고 미국은 일본에 대해 한반도에 대한 기득권을 인정한다는 빅딜의 배경이 되는 사건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어쨋든 당시 내우외환에 시달리던 스페인이 과연 메인호에 대한 도발을 저질렀겠냐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미스테리한 사건이지만 미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수백명의 인명을 손실한 것에 비해서는 엄청난 이득을 안겨다준 사건이었고 정말 필요할 때 때 맞춰 터져준 사건의 하나로 기억될만하다 하겠다.
2. 사라예보사건(1914)
제1차 세계대전의 불씨를 지핀 사건으로 아직까지도 그 실체적 진실은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일찌기 독일의 비스마르크가 발칸반도에서 어리석은 일이 발생하면 곧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것이라 예언처럼 경고했던 일이 사라예보에서 벌어진다. 오스트리아의 황태자가 세르비아 민족주의 청년에 의해 사라예보에서 암살을 당했고 이를 기화로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하고 세르비아의 뒤를 봐주던 러시아가 결국 전쟁에 뛰어듦으로 인해 연이은 유럽열강들의 참전으로 제1차 세계대전이 촉발된다.
웃기는 것은 황태자에 대한 저격이 첫시도에서는 실패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인배 황태자는 첫번째 저격사건에서 다친 자신의 주변인들이 걱정되어 하필이면 야밤에 병문안 갈 것을 고집하였고 그를 태운 차의 운전사가 길을 잃고 헤메다가 때마침 저격범이 대기하던 장소에서 아주 우연히(?) 마주치게 되어 재수없게 저격을 당했다는 스토리다.
발칸반도에 대한 야심을 숨기지 않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게 이보다 더 좋은 구실은 없다라고 할 정도로 너무도 좋은 사건이 발생해 준 것이다. 위험천만한 곳에 황태자가 직접 방문했고 첫번째 암살시도가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황태자는 사지를 벗어나기는 커녕 이상한 고집을 부려 야밤에 길을 잃고 헤메이다가 아주 우연히...정말 우연히 살해당하고 마는 운명을 맞는다.
과연 황태자는 사신(死神)의 놀음에 농락당한 것일까? 황태자라는 고귀한 신분이 희생양으로 받쳐졌지만 어쨋든 역시 필요할 때 때맞춰 일어난 사건의 일종으로 보는데 무리는 없다.
3. 남만주철도 폭파사건과 노구교(루거우차오) 사건(1931,1937)
이것은 일본 제국주의와 연관된 사건이다. 먼저 남만주철도 폭파사건(1931)은 실체적 진실이 알려진 것인데 일본군의 특수공작대가 당시 일본군의 관할하에 있던 봉천(奉天펑텐) 인근의 남만주철도의 기차역을 폭파시킨 후 그것을 중국군의 소행이라고 덮어씌워 만주사변을 일으키는 구실로 삼았던 사건이다.
물론 당시 중화민국수립과 군벌들의 각축으로 정신 사납던 중국이 가만있는 일본의 콧수염을 건드렸을리 없다는 점은 상식에 속했던 시절이다. 결과는? 일본은 만주를 점령하고 만주국을 수립한다.
이어지는 사건이 노구교사건(1937)이다. 만주국 수립후 중일전쟁을 불러일으킨 사건으로 본격적인 일본제국주의의 중국침공을 일으키게 된 사건이다. 아직까지 실체적 진실은 미스테리로 남아있지만 대체로 일본의 자작극이라는 혐의가 공인된 사건이다.
물론 두 사건 역시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을 앞둔 시기 꼭 필요할 때 때맞춰서 발생해준 사건들이다. 구일본제국군의 침공시에는 특히나 이런 미스테리 사건들이 많이 벌어지는데 대만침략 때나 조선침략 때에도 예외는 없다. 뭐 조선과 관련된 것은 운양호(운요오호)사건이 있으니 비슷한 맥락으로 보면 될 것이다.
4. 글라이비츠 방송국 사건(1939)
독일이 폴란드 침공을 위한 명분이 필요했기 때문에 벌인 자작극으로 폴란드군복을 입은 독일의 특수공작대가 독일의 방송국을 점령하고 독일에 대한 폴란드의 선전포고를 방송하도록한 사건이다. 조작사건치고는 철저하지 못하고 좀 엉성한 편이긴 한데 당시 나찌독일의 자신감으로 비춰볼때 본 사건은 그냥 구색맞추기 식으로 하다보니 그닥 철저하게 조작하려한 흔적이 많이 없었던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위 사건도 당시로는 상식(폴란드 주제에 독일에 선전포고를해? 라는 상식)에 어긋나는 사건이긴 하지만 나찌독일의 여론조작으로 인해 진실로 선전되었고 그나마 계급적 각성이 뛰어났다고 평가되던 독일의 노동자계급들조차도 반슬라브주의의 광기에 휩싸여 전쟁발발에 광적으로 찬성하게 만든 사건이다로 볼 수 있다.
본 사건은 나찌독일이 대외적 전쟁명분을 필요로해서 조작한 사건이라기 보다는 대내적 이슈메이킹을 위해 조작한 사건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 이용하기엔 너무도 어설펐던게 사실이니까 말이다.
5. 한국전쟁의 미스테리(1950)
한국전쟁 만큼 미스테리가 많은 경우도 드물다. 대개 전쟁의 경우 우연찮은 사건이 빌미가 되어 발발하게 되는데 한국전쟁에는 직결적인 사건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다만, 전쟁을 앞두고 일련의 이상한 흐름들이 포착되는데 그냥 말 나온 김에 간단하게나마 소개해보자.
6월25일 개전을 앞두고 북한군의 동태와 남침징후에 대해서 남한 정부는 너무도 많은 첩보와 정보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군은 그 모든 정보를 무시하다시피했고 전쟁을 앞두고 전후방 사단을 서로 임무교체하고 장교들의 대규모 인사발령을 통해 지휘관교체가 광범위하게 행해진다. 급기야 전쟁을 이틀 앞둔 6월23일에는 전장병의 절반에 달하는 인원에게 휴가를 주는 일이 벌어진다.
교체되어 전방에 배치된 사단들은 주둔지의 지리에도 어두웠고 지휘관과 호흡을 맞출 시간도 부족했던 와중에 전력의 절반이 휴가를 받아 몽롱한 상태에서 전쟁을 맞이하게 되었으니 이들이 초반에 제대로 대응했을리가 만무하다.
애치슨선언으로부터 비롯되는 이 일련의 이상한 흐름은 개전전 뿐만 아니라 개전후에도 이어지는데 전방군의 철수가 이뤄지지도 않았고 군수보급품이 대부분 서울인근에 남겨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강인도교를 폭파시켜 군의 후퇴로를 막고 보급품을 전부 적의 손에 넘긴 일이라든가 전력을 응집시켜도 모자랄 판에 군대를 축차투입시켜 애꿎은 장병들만 희생시키며 결국 전력을 급감시켜 버린 도무지 군사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것 등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미스테리한 일들이다.
남한군 또는 정부조직내에 북한의 간첩들이 광범하게 활약했던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이상현상들이다.
뭐 여기에 관련된 얘기는 또 일부의 사람들이 영웅적 반공투사들을 폄훼한다고 게거품을 물으실까봐 그냥 간단하게만 이야기하고 넘어가자. 암튼 영웅적 반공투사는 개뿔. 제대로된 나라였다면 당시의 군지휘부들은 모두 능지처참을 당해도 할말이 없을 무능함의 극치였다는 점만 다시 짚자.
5. 통킹만사건(1964)
베트남 지역의 통킹만에서 미함대에 대한 북베트남군의 공격을 일컫는 것으로 베트남 전쟁의 발단이 되는 사건이다. 훗날 미언론에 의해 미국의 자작극임이 밝혀지기는 했지만 앞서 소개한 메인호사건과 아주 비슷한 유형의 사건으로 기억하면 될 것이다.
역시 필요할 때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난 사건이다.
6. 9.11 테러(2001)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는 사건이다. 9.11 미스테리는 너무도 항간에 많이 회자되는 일이기 때문에 일일이 설명한다는게 불필요한 일이니까 말이다.
7. KAL기 폭파사건(1987)
이것은 위에 열거한 사건들과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위의 사건들은 대부분 대외용이지만 이것은 대내용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대내용으로 분리되는 미스테리 사건들은 앞에 열거한 대외용 국제용 사건들에 비한다면 바닷가의 모래 만큼이나 널리고 널린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지목하여 거론하는 의도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되어 자연스럽게 연상유추를 일으키게 되기 때문이다.
어쨋든 역시 이것도 필요한 시기에 아주 딱 때맞춰 발생한 사건이다.
8. 결론
뭐 결론이란걸 내릴게 있겠나? 1~6의 경우 아니면 7의 경우이겠지. 모든 사건들이 당시로선 잘 이해되지 않는 미스테리한 일들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아~ 그래서 그런 사건이 발생했던거구나라고 이해하고 깨달아지는 사건들은 비일비재한 일이니까.
천안함의 진실에 대해서 수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지만 정작 본사건이 왜 일어날 수 밖에 없나라는 차원에서의 문제제기는 그닥 보이질 않는듯하여 던져보는 이야기다.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아하~ 이렇게 가는거구나라는 뒷골울림을 강하게 받았던지라 하는 얘기다. 역시 꼭 필요한 순간에 때 맞춰서 사건은 발생한 것이다. 지금 궁금한건 대외용이냐 대내용이냐 그것 뿐이다.
뭐가 필요한 순간이냐? 라고 묻고 싶겠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입조심하며 살아야겠는지라 그냥 간단하게만 이야기하자. 미국발 경제위기, 미국 패권 와해, 미중간 무역(환율)갈등, 미일갈등, 중일밀착관계 형성, 북한정권 붕괴 임박 등등 동북아의 세력균형 상태가 지금 엄청난 소용돌이에 빠져있다는 사실만 이해한다면 뭐 각자 알아서들 사건의 지진파가 어디로 튀게될지 가늠할 수 있을 터.
바야흐로 100년만에 한반도는 다시 혼돈의 아노미로 빠져들고 있다. 이 땅의 위정자들이 구한말의 위정자들보다 부디 현명하길 기대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