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는 양날의 칼과 같아서 세상에 내 아이디어와 의견을 널리 알리고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주지만, 한편으로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만들기도 하고 종종 맞닥뜨리게 되는 악성 댓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그래서 경제학원론 저자로 더 유명한 그렉 맨큐는 한때 자신의 블로그를 중단하려다가 지금은 댓글이나 트렉백을 차단한 채 글쓰기를 지속하고 있다. 원래는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하바드 학생들을 독자로 삼아 개설한 블로그였는데 유명세를 타면서 세계 각지에서 독자들이 생겨나고 안티팬들까지 출몰(?)하면서 맨큐는 적잖은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한다.
맨큐는 구글이 제공하는 상업용 블로그를 쓰기 때문에 본인이 모든 블로그일을 손수 해야 하는 번거러움을 피할 수 없었다. 이를 안 어떤 저널리스트는 공개편지를 통해 당신같은 인재가 그깟 블로그질로 시간낭비를 해서야 쓰겠냐고 "금블하세요"라는 공개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런 문제는 크루그만이나 레빗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들 또한 블로거 활동으로 인해 예상치 않은 스트레스나 시간낭비 문제를 경험할 것이다. 민감한 이슈를 다룰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악성 댓글러들의 공격에 노출될 수도 있다. 이미 명성을 얻은 이들 입장에서 사실 블로그질은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블로그질을 지속할 수 있는 데는, 물론 이들의 엄청난 시간관리 능력과 생산성이 가장 큰 요인이지만,
뉴욕타임즈의 보이지 않는 성원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뉴욕타임즈는 <괴짜경제학> 블로그에는 아예 블로그 전담관리자까지 지원하고 있다. (듣보잡 수준이 아니라 인터넷과 뉴스에 상당한 경력을 쌓은 실력자, 게다가 미인이기까지).크루그만의 경우에는 전담요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뉴욕타임즈 미디어팀이 사이트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관리지원팀이 크루그만과 레빗에게 제공하는 핵심 서비스 중 하나가 바로 '댓글관리'다. 예측하기 힘든 일이 어느때라도 생길 수 있는 인터넷 세상에서
뉴욕타임즈의 미디어팀은 저질댓글이나 악성댓글을 필터링해준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댓글을 관리해 주느냐. 마침 나도 여기에 댓글을 달아본 경험이 있으니 내 경험을 간단하게 소개해 보련다.
<괴짜경제학>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읽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댓글란에 적어 올린다. 내가 올린 댓글은 <괴짜경제학> 블로그에 실시간으로 퍼블리쉬되지 않는다. 대신 관리팀이 댓글에 문제가 있는 지 여부를 리뷰한 후에야 비로소 인터넷을 통해 내가 올린 댓글이 공개된다. 만약 내가 <레빗 바보~>라는 댓글을 올린다면 그 글은 리뷰를 통해 걸러지기 때문에 아무리 인터넷 다시보기 (refresh) 단추를 눌러봐야 그 글은 올라오지 않는다. 이렇게 사전 리뷰와 같은 고급스런 서비스를 통해
뉴욕타임즈는 세계적인 학자들이 중도에 이탈하지 않고 블로그활동을 할 수 있게끔 붙들어 맬 수 있는 것이다.
Comments are moderated and generally will be posted if they are on-topic and not abusive. For more information, please see our Comments FAQ.댓글리뷰는 아주 심플하다. 통과 아니면 불통과 중 하나이며, "댓글 다시 써와" 식의 요구는 하지 않는다. 댓글이 리뷰를 통과하려면 논점에서 일탈하지 않아야 하고 abusive하지 않아야 한다.
A few things we won't tolerate: personal attacks, obscenity, vulgarity, profanity (including expletives and letters followed by dashes), commercial promotion, impersonations, incoherence and SHOUTING.
뉴욕타임즈가 불관용 대상으로 명백하게 밝힌 경우에는 인신공격, 부도덕한 표현, 무례한 표현, 상업적 판촉활동, 고성 (흥분하여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 등이 포함된다.
Our goal is to provide substantive commentary for a general readership. By screening submissions, we have created a space where readers can exchange intelligent and informed commentary that enhances the quality of our news and information.
영양가 있는 코멘트가 교환되는, 다시 말해 지적으로 수준높고 생산적인 토론을 유도하는 것이 스크리닝의 주목적이다.
뉴욕타임즈가 필터링을 당한 독자의 항의에 답할 의무는 없다.
이런 리뷰시스템의 가장 큰 단점은 무엇보다도 실시간 토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겠다. 독자와 필자간 원활한 상호작용을 위해
뉴욕타임즈는 평일낮은 리뷰시간 간격을 좁혀 자주 업데이트를 한다. 대신 밤시간, 주말에는 아무래도 리뷰 텀이 길어진다.
댓글리뷰제의 장점은 무엇보다 글을 올리는 필자를 인신공격, 비아냥 등 소모적 공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스켑렙에서는 회원이라면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댓글리뷰 서비스의 편익은 누구나에게 열려있으므로 공정성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스켑렙이 지속적으로 성공적인 토론사이트로 남으려면 무엇보다 역량있는 필진그룹을 우대하고 보호하는 데 성공해야만 한다.
두 번째로 댓글리뷰제의 장점은 토론의 수준을 한 단계 높힐 수 있다는 데 있다. 지적이지 못한 영양가없는 댓글논쟁 가능성은 사실상 원천 봉쇄된다. 이로써 서로서로 남은 에너지를 생산적인 토론에 돌려 쓸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장점이라면, 실시간 토론이 어렵다는 단점은 역으로 토론 참여자들이 효과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게 만드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글 하나 올려 놓고 어떤 댓글이 달리나 궁금해지기 마련인데, 댓글 리뷰제 하에서 필자는 점심시간에 몰아서 자신의 글에 달린 댓글을 읽어보고 답글을 달 수 있다. 댓글을 올린 독자는 오후 퇴근 시간 즈음에 필자의 응답이나 다른 이들의 토론을 감상할 수 있다. 이런 사용습관이 몸에 배면, 사이트 중독으로 인한 정신적, 시간적 문제는 완화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스켑렙에 남아 글을 쓰고 토론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관리적 측면에서도 주요한 장점이 있는데, 가뜩이나 한 명 (간혹 두세 명) 관리자의 헌신에 의해 유지되는 이곳이 보다 안정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리자는 수시로 사이트 돌아가는 사정을 점검하며 조바심 가질 필요 없이, 정시에 때되면 사이트 들어와 제출된 댓글 읽고 별 문제 없으면 올리면 된다. 댓글 시비가 붙었을 때 중간에 개입해서 조정해야 하는데 따른 어려움과 비교해 보면 댓글 리뷰제가 훨씬 나은 관리시스템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댓글 리뷰어는 굳이 관리자 1인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 이곳에서 어느 정도 신뢰를 쌓은 이들 중에서 자원을 받아 리뷰 봉사활동을 하게 해 주면 댓글리뷰의 공정성 시비 가능성도 현저히 줄 것이다 (물론 모날 모시에 누가 댓글 리뷰를 했는 지는 비밀에 부쳐져야 한다).
이런 리뷰시스템이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렵지 않다면 관리팀이 이 제도를 적극 검토해 보길 제안한다. 스켑렙 회원들의 활발한 의견개진도 희망한다.
ps. 빠트린 논점이 하나 있는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겠지만 이는
뉴욕타임즈가 보장하는 바와 같이 표현의 자유 침해와 하등 상관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