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개혁은 인민공사라 불리는 집단농장을 해체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모택동의 문화대혁명 시기의 중국 농업이 얼마나 황당했냐 하면,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서 소위 ‘밀식’을 하면서 논에 계란을 던져도 바닥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심는가 하면, 제철 생산량을 늘린답시고 멀쩡한 집안의 조리도구와 농기계까지 녹여서 농촌마다 작은 제철소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그 결과 생산된 철기구들은 너무 조악한 품질이라 쓸게 못 되었고 오히려 수확량 감소로 인해서 대기아가 벌어졌습니다.
처음 인민공사의 해체는 몇몇의 농민들이 법을 어기고, 만일 한 사람이 구속이 되면 그의 가족을 다른 농장원들이 돌봐준다는 서약서를 쓰고서 사실상 농토를 나눠주고 도급제를 실시한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요즘에 북한에서도 협동농장의 일부 땅은 공동경작을 하고, 다른 일부는 각자에게 나눠주는 도급제를 비공식적으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중국식 개혁의 시초와 비슷한 양상인 겁니다. 중앙에서 검열이 내려오면 공동경작 면적을 늘리고 안 하면 다시 줄이는 식이라고 합니다. 특히 김정은 들어서 이를 합법화 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자, 농민들이 ‘누구 땅이 될지 모른다’ 라고 올해 농사를 소홀이 한다는 말까지 나왔지요.
마침 이런 소문이 돌고 나서, 이명박 대통령은 ‘북의 젊은 지도자가 도급제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거들었습니다. 왜 하필 지금 그런 말을 했을까요? 북 보러 ‘그거 좋은 개혁이니까 하라’고 독려를 한 것인지, 아니면 북이 할 것 같으니까 선수를 쳐서 말해서 만일 북이 실제로 도급제를 하면, ‘거 봐라, 내가 압박하니 북이 개혁하지 않냐? 내 대북정책이 옳았던 것’이라는 생색내기 용도로 한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후자이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 대통령의 발언은 어마어마한 역효과가 났지요. 북이 ‘우리 사회주의 체제를 흔들 틈을 내려 드는 것’이라고도 하면서 ‘서울을 4분 안에 타격하겠다’고 하니 말이지요. 비료 쌀도 안주는 주제에 그런 말을 하니 화가 더 났을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없는 김정은이 지도자가 되어 정치적으로 취약한 마당에 나이든 이명박이 그를 훈계하려는 태도에도 화가 많이 났을 수도 있고, 단순히 그러지 않아도 이런저런 이유로 남에 대해서 군사적 도발을 할 구실을 찾던 중에 마침 이명박의 말을 구실 삼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이 이명박 대통령의 ‘도급제’ 발언이 어떻게 나왔는지 의심이 되는 커넥션은, 짐작컨데 조명철-현인택 입니다.
앞서 탈북자 출신인 조명철은 한국경제 신문에 쓰기를 ‘왜 현 정권이 대북식량지원을 끊었다고 비난하는가? 북 자신의 도급제 등의 내부개혁이 더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주장한 바가 있지요. 원래 북에 식량을 안 줘서 북 주민들을 굶겨 죽여서 핵을 포기시키고 체제를 붕괴시켜 보자는 것은 통일부 장관 현인택의 발상인데, 그가 조명철을 통일부 산하의 통일교육원 원장으로 이끌었을 겁니다. ‘조명철의 성공이 탈북자의 성공’이라나 뭐라나요. 그러니 조명철은 보답으로 현 정권의 잔혹한 대북식량 지원 중단을 옹호해 주기 위해서 도급제로의 개혁을 강조한 것이고, 그 발상이 청와대에 들어간 현인택을 통해서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발언으로 반영되었다고 추정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농민들에게 경작권을 돌려주는 도급제가 농업생산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북한 사람들도 오래 전부터 다 알고 있는 사실일 겁니다.
김일성이 생전에 가족농을 하자는 제안을 받자 ‘지금 자본주의 하자는 거냐?’고 반대한 적이 있기 때문에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도급제를 하면 단순히 농민들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까봐 체제 보전을 지고의 가치로 삼는 입장에 반해서 안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지요.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도급제와 함께 훨씬 북의 농업생산을 늘릴 수 있는 다른 더 근본적인 방법들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우선 농업생산에 들어가는 비료, 농약, 농기계, 석유는 모두가 공업생산품들입니다. 만일 북이 도급제를 한다고 해도 이런 공업생산품을 어떻게 조달할지 마땅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일 겁니다. 내부 생산기반은 무너져서 이를 생산을 못하고 수입을 할 외화도 태부족하기 때문이지요.
석유는 100% 수입품임은 물론, 북이 70년대 개발한 천리마 트랙터가 5~7만대가 있다는데 사실 그 기계는 쓰면 안 되는 겁니다. 왜냐하면, 낡았을 뿐 아니라 잘 해 봐야 한 세대 이전에 나온 오래된 기술이기 때문에 연료효율이 많이 낮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석유 값이 워낙에 비싸지 않습니까? 천리마 트랙터를 쓰느니, 남에서 정부지원으로 농민들이 과도하게 구매했다가 고장이나 농촌 구석에 굴러다니는 농기계를 싸게 구해서 북에 가져다가 중국에서 부품을 사다가 고쳐서 쓰는게 더 최신기술이고 연료절약이 되어 더 싸고 효율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에 북한에 한민족복지재단이라는 곳과 같이 시험 보급된 방식이 ‘복토직파’ 라고 있었습니다. 이는 모내기를 하지 않고 종자를 직접 논에 직파를 하는 겁니다. 트랙터 뒤에 연결기계를 달아서 직파를 하는데, 기계가 지나가면 땅을 고르는 로터리 작업, 씨를 뿌리는 파종, 두 가지 종류의 비료 뿌리기가 한번에 다 되는 방식입니다. 종래에 비해서 대단히 효율적인 것이지요.
이는 모내기를 하지 않아도 되어 근 3개월의 과정이 생략이 되어 버리고, 비료도 흩뿌리는 것이 아니라 파종된 씨 옆에 바로 심기 때문에 1/3로 절약이 된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규산질 비료로 씨를 덮어주는데 ‘벼농사의 보약’으로 물리는 규산질 비료는 벼의 줄기를 튼튼하게 해서 잘 쓰러지지 않아서 풍수해를 줄여주어 수확량을 늘리고 밥 맛도 좋게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복토직파 방식은 북에서도 ‘노벨상 감’이라면서 큰 관심을 가지고 남의 지원에 의한 보급확대를 원했었습니다.
한민족복지재단 대북 지원현장 참관,복토직파 농법 성과… 생산량 20% 늘어
이명박이 이제 물러나고 남의 지원으로 이런 방식으로 농사를 지으면, 농사도 잘 되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도 귀중한 노동력이 대폭 줄어들 겁니다. 남의 농업지원이 한창 가던 시절, 어떤 협동농장에서는 기계로 농사를 지으니까 농민들이 할 일이 없어서 한창 농번기인데도 집 수리나 하고 있더라 라는 증언도 있었지요.
농사에서 있어서 일손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는 모내기와 추수기이며, 이 두 가지만 기계화를 제대로 시켜도 북의 농촌에서는 일손이 많이 남는다는 것이지요. 공부 해야 할 어린 학생들까지 장기간 동원하는 농촌지원이 별 필요가 없어지는 것은 물론입니다.
이렇게 해서 줄어든 농촌 노동력은 향후 4백 만명 가량이 필요할 개성공단식의 남북경협 공장으로 재배치를 해야 하는 거죠. 이로써 북이 공업제품을 만들어 수출을 하고 급여를 받아서 외화를 충분히 벌면, 외국에서 석유와 농자재도 사올 수 있어 농사도 더 잘되는 것은 물론이고, 부족한 식량도 역시 사올 수가 있어서 북은 그간에 강조해온 ‘쌀이 남아도는 나라’만이 아니라, ‘고기까지 남아도는 나라’가 충분히 될 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