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어느덧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일이 가까워져올수록 여야간의 난타전도 계속되어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들어간후 첫 주말과 휴일이었던 지난 주말은 현 정부의 불법사찰 의혹이라는 초대형 변수가 터져나오기까지 했다.
하지만 막상 불법사찰 문건이 언론에 공개된 이후 상황은 반전에 반전의 거듭이었다. 애초에 이명박 정부의 불법사찰과 관련된 문건으로 알려진 관계자료들은 막상 내용을 보니 상당수가 노무현 정권 시절 있었던 감찰,사찰과 관련된 내용으로 밝혀졌고, 이에 민주통합당은 노정권 시절 문건은 경찰등에서 행한 합법적 감찰행위라 한발 물러서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쯤되면 불법사찰 문건 폭로가 여야중 어느쪽에 악재로 작용하고 호재로 작용할지조차 판단하기가 힘든 혼전중의 혼전이라 할만하다.
그렇다면 어제의 일을 돌이켜보면 오늘과 내일의 일을 알수 있다는 말도 있으니, 이번 총선과 양상이 비슷한 92년과 96년 총선때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한번 살펴보는것도 그런대로 의미가 있을것 같다. 우선 금년 2012년의 경우처럼 대선에 8개월 앞서 총선을 치른 해였던 1992년. 3당합당으로 거대여당이 된 민자당과 소수야당 민주당이 맞붙은 선거. 그리고 무엇보다 정주영의 통일국민당 바람이 불었던 1992년 14대 총선 당시 공식 선거운동기간엔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우선 총선을 앞두고 언론의 주된 관심사는 역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창당한 통일국민당과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한편 공식선거운동 기간 초반부엔 민자당내 청년조직 한맥회와 관련된 문제가 민자당과 국민당 사이에 공방이 오가기도 했고, 민주당은 여의도 정당연설회 개최 문제로 관계기관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러다 선거일(3월24일)을 불과 사흘 앞두고 경악스러울만한 초 악재가 터졌다. 바로 안기부 직원들이 유력 야당후보에 대한 흑색선전 유인물을 발표하다 적발된 것이었다. 선거를 불과 사흘앞둔 21일의 일이었다. 그리고 다음날인 22일엔 이지문 중위의 군 부재자 투표 부정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선거를 불과 2-3일 앞두고 안기부 흑색선전, 군 부재자 투표부정 폭로가 연달아 터진 이 선거에서 민자당은 과반수 확보에 실패했고 민주당은 97석, 국민당은 31석의 당선자를 내며 약진했다. 특히 선거가 끝난뒤엔 안기부 흑색선전등이 수도권에서 여당 의석을 열석 이상은 날렸다는 분석이 나오기까지 했다.
김영삼 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여당의 참패가 예상되었던 96년 총선땐 어떤일이 있었나 ?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들어가기 직전이 3월 21일. YS의 비서중 한사람인 장학로씨의 뇌물수수 스캔들이 터지면서, 여당은 사실상 궤멸하는것 아닌가 하는 절망적인 상황에까지 치닫고 있었다.
헌데 선거일(4월 11일)을 불과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겼다. 바로 휴전선 북한군 무력시위 사태(4.5-7일)가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선거에서 참패가 예상되었던 신한국당은 과반수에 다소 못미치는 선전(139석)을 했다. 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이 선전하고 야당인 국민회의가 기대이하의 성적을 보였던것은 야권의 분열과 여당의 개혁공천등 여러 가지 요인이 분석되고 있지만 선거 막판에 터진 북한군 무력시위 사태도 어느정도 보수안정층 결집을 부르는 효과가 있었을것이다. 장학로 사건 역시 오히려 92년 대선 직전에 터진 초원복국집 사건처럼 오히려 여당의 궤멸을 우려한 지지층 결집으로 야당이 역효과를 본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었다.
이제 이명박 정권 막바지에 치르는 2012년 제19대 총선도 어느덧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때 일주일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14대 총선 당시 안기부 흑색선전 파문이나 군 부재자 투표부정 폭로는 불과 선거를 사흘 앞두고 터졌고, 15대때 북한군 휴전선 무력시위 변수도 선거를 불과 일주일을 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따라서 이번 19대 총선도 앞으로 남은 일주일동안 또 어떤 돌발변수가 터질지 아직은 모르는 일이다.
돌이켜보면 역대 총선결과는 애초의 예상과는 다르게 나왔던적이 많았던것 같다. 정치가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것을 그대로 입증하는 선거결과라고나 할까. 노무현 대통령 탄핵역풍이 불었던 2004년 총선의 경우 애초엔 열린우리당의 초압승이 예상되었지만, 박근혜를 전면에 내세운 한나라당이 121석의 당선자를 내는 선전을 하기도 했고, 노무현 정권에서 이명박과 한나라당으로 정권이 교체된 직후에 치러져 대체로 새 여당 한나라당의 압승이 예상되었던 2008년 총선 역시 뜻밖의 친박연대 변수로 한나라당은 과반수 150석을 겨우 넘는 턱걸이 수준의 성과를 거두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양김이 분열한 상태로 치러졌던 88년 총선 역시 87년 대선에 이어 민정당이 이기는것 아닌가 하는 분석이 애초엔 우세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양김씨 돌풍으로 민정당은 헌정사상 최초로 여당의 과반수에 실패 여소야대 정국이 되기도 했었다.
이제 내일모래부터는 여론조사 발표가 금지된다. 각 신문,방송사의 여론조사도 연일 들쭉날쭉한데다 오차가 많아 대체 어느쪽이 우세한건지 판세를 점치기조차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론조사 공표 자체가 금지되는 5일부터의 남은 6일간은 진짜 안개속의 판세가 될 것이다. 북한의 로켓발사등 북한변수도 여전히 남아있긴 하지만 북풍은 이제 과거와 달리 선거에 큰 영향일 미치지 못하거나 오히려 정권이 북풍을 지나치게 선거에 악용하려 할 경우 역풍이 일기도 한다는 분석도 있다.
선거는 정말 투표가 다 종료되고 개표함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진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두달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 참패와 야권의 압승이 예상되었던 선거는 공천파동과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의 진통을 겪으며 오히려 새누리당의 지지도가 상승세를 보이고 민주당 지지세가 하락하는 양상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거기다 공식선거운동 기간에 들어간지 얼마 되지도 않아 터진 민간인 불법사찰 파동 역시 어느쪽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지 판단이 힘들 정도로 선거는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제 정말 일주일여밖에 남지않은 선거. 과연 다음주 수요일 저녁때쯤이 되면 어느 정파가 미소를 짓고 있을지. 선거는 끝까지 가봐야 알수있는 일이다.